서기 378년 8월, 터키 북서쪽의 아드리아노플. 소아시아와 발칸반도로 통하는 교통 요충지였던 이곳에서 동로마 제국 발렌스 황제가 직접 이끄는 7개 로마군단 4만 명의 병력과 고트족 병력 5만 명이 한 판 전투를 치른다. 결과는 고트족 기병의 전력에 밀려 발렌스 황제까지 목숨을 잃었을 만큼 로마의 대 참패.
서기 612년의 동아시아. 수 나라 30만 대군이 살수에서 을지문덕 장군에게 괴멸을 당하고 망했다. 우리는 ‘어떤 역사’ 교육을 통해 ‘살수’가 그저 청천강이라고 배웠는데 살수의 정확한 위치는 아직 불명이다. 지금은 압록강 너머 중국 땅 어디일 거라는 설이 더 유력하다.
서기 645년, 이번에는 당태종 이세민이 친히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략한다. 요동성, 백암성을 차례로 함락한 그는 안시성 성주에게 대패한다. 성주의 이름이 양만춘이라고 역사시간에 분명히 배웠는데 사실은 그마저 정확하지 않다고 하니 웬 역사가 이리 고무줄이냐 싶지만, 중요한 것은 ‘안시성이 압록강 변의 의주 어디쯤에나 있었겠지’ 하는 우리의 착각이다. 요동성, 백암성, 안시성은 북경에서 가까운 중국 땅에 있었다. 광개토대왕 릉과 비가 길림성에 있는 것도 ‘어쩌다 그곳에 말 타고 가서 세웠겠지’가 아니라 원래 고구려 수도가 그곳의 국내성이었다.
언제부터 우리는 역사적 시각을 압록강과 두만강 남쪽, 이제는 휴전선 남쪽으로 자진해서 축소해 왔던 것일까. 우리가 주인이었던 대륙 간도를 일제가 중국에 넘겨준 것이 불과 한 세기 전인데 말이다. 비록 지금 고립된 섬(?)이지만 우리는 과거 유라시아 초원을 다투었던 대륙민족이었다. 모두 816페이지 분량이다. 여름 휴가철, 책 읽다 낮잠의 베개 삼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고대 동아시아 세계대전 / 서영교 지음 / 글항아리 펴냄 / 3만 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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