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라는 말은, 노자시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길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면서 그 길을 은유로 표현한 무엇을 동시에 가리키는 말이다. 구체적인 대상으로 생각해보는 게 쉬울지 모른다. "길은 길일 수 있다" 즉 하나의 길은 본질적인 의미에서 길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말을 더 분명히 하면 '도불가도(道不可道)이다. 길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자의 첫마디는 '도는 도일 수 있다'이지만, 뒤집으면 '도가 도 아닐 수 있다'는 비평적 발언이다. 세상에 도라는 말이 흔하지만 그 말들이 진짜 도를 품고 있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도라는 이름을 쓴다고 도가 되는 건 아니란 얘기다. 왜냐하면 도는 말로 규정되고 고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길을 묻는 사람에게 노자는 말한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에게서 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셨죠? 그 사람들이 그걸 도라고 말한다고 진짜 도는 아닙니다. 내가 말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도라고 표현한다고 그게 늘 도인 것은 아닙니다. 말과 도가 언제나 일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내겐 무한한 감동이었다. 관성적 생각을 깨고 개념의 너울들을 헤치고 들어가 그 속에 본질로 존재하는 무엇을 들여다보게 해준 명언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도라고 생각했던 그것부터 의심하라. 그건 도일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도라고 불려진 그것과 도의 진면목이 항상 일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시의 사상가들을 비판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도의 근원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 언급에 가까울 것이다. 도는 인간은 지각과 지식과 지혜가 깨달았다고 믿는 그까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것이며 더 가까운 것이다. 노자는 이 말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도가도'는 나의 지식과 나의 언어와 나의 인식을 뒤흔들면서, 본질에 대한 깊은 갈증을 이끌어냈다. 이른바 '도덕경적인 목마름'이다.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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