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처음 위스키를 접할 때 곡물과 물 그리고 효모만을 원료로 한 술의 향기가 어쩌면 이리 감미로울까 하고 감탄했다. 16세기의 맥주 순수령(보리ㆍ호프ㆍ물로만 양조해야 함)이 오늘날 독일을 맥주 종주국으로 자리 잡게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에 필자는 일본 양조학계의 전설로 칭송되는 사카구치 긴이치로(坂口一郞)의 저서 '일본의 술'을 읽고 비로소 근대 한국 술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그는 '일본 전통술인 사케와 소주가 서양의 위스키나 와인에 비해 왜 저품질 술로 전락했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1938년 일제가 내린 국가총동원령(國家總動員令)에서 유래됐다고 확신했다.
그 내용은 당시 군국주의 전시하의 일본은 식량자원을 비롯한 모든 자원을 국가가 몰수하고 배급제로 통제하는 제도였다. 이때 술(알코올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함)을 공급하기 위해 주정을 대량 생산해서 거기에 각종 색소, 산미 첨가제, 감미료 등을 혼합해(이를 제성 공정이라 함) 배급했던 것이 오늘날 일본의 갑류 소주이다. 사케에도 주정을 첨가해 도수를 높이는 방법이 도입됐다.
고급 술에서 숙성은 술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최적의 기술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숙성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마스킹하는 방법으로 첨가제를 사용하거나 연산을 표기하지 않고 마케팅으로 마스킹하는 제품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으로 위스키의 경우 최근에 범람하고 있는 기타 제재주가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솔잎 추출물이나 무화과향 또는 석류향 등을 첨가한 기타 제재주 제품들은 원액 100% 위스키와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같은 위스키로 혼용하고 음용하고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자연적 방법의 제조와 숙성 그리고 원액에 대한 연산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그에 따른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마케팅, 즉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격언은 침체돼 있는 위스키시장에도 시금석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종기 한경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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