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는 시민의 행동을 감시하는 독재 권력이다. 텔레스크린, 도청장치 등을 이용해 대중에게 이데올로기를 강요한다. 그 실체는 소설이 가리키는 1984년만 해도 비현실적으로 여겨졌으나 현대에 이르러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메일, 통화,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이 무차별적으로 도·감청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정부의 위헌적 행태를 고발한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31)은 29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시티즌포' 관련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시대상에 한국이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대상이 된다"고 했다. 그는 "NSA에서 추구하는 정보 수집 프로그램들은 인터넷을 모든 사람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집합체로 활용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며 "독일, 프랑스 등 우방도 감시대상이다. 한국이 여기에 속하지 않아야 할 예외적인 이유가 있는가가 더 타당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노든은 무차별적으로 수집되는 상당 양의 정보 가운데 가치가 있는 것만 윗선에 보고된다고 했다. 세 차례 이상의 여과를 거치는데 매일 새벽 4시께 대통령에게 전달될 보고서가 완성된다고 했다. 이런 관행에 대해 그는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수사가 진행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명백한 권력남용이다. 사설탐정이나 할 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스노든이 그동안 폭로한 내용들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버라이즌·AT&T 등 통신사의 국내외 통화정보 수집을 비롯해 구글·페이스북·야후 등 아홉 개 인터넷 기업 서버에서의 개인 정보 수집, 영국정부통신본부(GCHQ)의 G20 정상회담 각국 대표단 감시, 지우마 호세프(68) 브라질 대통령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49) 멕시코 대통령의 이메일 기록 열람, 프랑스 전화 통화 7000만 건 도청 등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고 앞으로도 폭로를 이어갈 계획이다. 용기 있는 고발로 사회의 사생활 보호와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은 크게 높아졌다. 미 의회는 NSA의 정보수집 투명성과 관련한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고, EU 28개국은 데이터 보호법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 양자 암호학 등 새로운 보안 기술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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