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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관치에 면세산업 1위 '흔들'…中·日에 자리 뺏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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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관광객들이 마중나온 관광가이드를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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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년 자동갱신서 5년 경쟁입찰로 규제 강화
중국, 일본 등은 규제 완화해 시장키우는데 한국은 되레 성장 손발묶어
글로벌경쟁력에 관심없는 정부의 관치정책에 면세산업 멍들어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시내면세점 선정 결과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의 관치 정책에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리는 면세점사업이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5년 시한부 특허'가 논란의 중심이다. 당장 특허권을 뺏긴 롯데와 SK는 수천명에 달하는 기존 인력 고용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규로 사업권을 획득한 기업들도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수수료 인상과 과당 경쟁 우려 속에서 5년이 되면 또 다시 특허권 획득을 위해 전투력소모에 나서야 되기 때문이다.

세계 면세점 1위인 한국이 정부의 관치에 세계 시장에서 뒤쳐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자동갱신을 해주거나 반영구적으로 사업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국만 5년마다 심사하는 것이다.

◆위협받는 세계 1위 위상=한국 면세점 시장은 세계 1위다. 2012년부터 영국과 중국을 제치고 규모 면에서 글로벌 1위 면세 시장 국가로 등극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0%에서 2014년 12%(국내시장 규모 8조3000억원)로 높아졌다. 이는 지난 2007년(2조6442억 원)에 비해 3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국내 면세점은 1962년 김포공항에 첫 등장한 이래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해외 여행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관광 산업과 함께 성장해왔다.

영국의 글로벌 관광 유통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면세 사업자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2014년 기준 세계 3위, 7위 업체다. 인천공항을 필두로 한 공항 면세점, 외국인 여행객 증가로 시내 상권이 활성화됨에 따른 시내 면세점 매출 확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인터넷 면세점 성장세 등 덕분이다.

하지만 우물안 개구리였다. 한국은 세계 면세 시장 1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한국에 국한된 성장을 해왔다. 해외진출이 본격화된 것도 지난 2012년부터다.

스위스의 면세점 사업자인 '듀프리'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2014년 뉘앙스와 2015년 월드듀티프리를 인수하면서 DFS를 제치고 글로벌 1위 사업자로 등극했다. 글로벌 4위 사업자인 프랑스 업체 'LS트래블리테일'도 지난 8월 북미 지역 면세점 운영사인 파라다이스를 인수했다. 규모가 큰 사업자일수록 유명 명품 브랜드와 가격 협상에서 유리해 몸집 불리기를 통해 대형화된 면세점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은 면세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중국은 자국민의 쇼핑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2013년 신규면세점 11개를 오픈했다. 지난해에는 하이난 섬에 세계 최대 면적의 싼야면세점 등을 열었다. 중국은 연평균 30%대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10월부터 구매금액의 8% 세금을 환급 해주는 사후면세점을 편의점, 잡화점 등을 중심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내년에는 긴자 미쓰코시백화점에 첫 시내면세점도 연다. 일본 역시 규제 완화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중국 최대 명절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요우커들이 롯데백화점 면세점을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설화수 매장이 요우커들이 줄을 서고 있다.

중국 최대 명절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요우커들이 롯데백화점 면세점을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설화수 매장이 요우커들이 줄을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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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가는 정책=2013년 관세청은 면세 사업의 독과점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10년 자동갱신에서 5년 경쟁 입찰로 관세법을 개정했다. 그동안 자동갱신으로 면세점을 운영했던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수천억원대의 투자비용을 쏟은데다 매출도 탄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입찰 결과에 상황은 급변했다.

기존 업체가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만은 없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시장 내
경쟁을 촉진했다는 평가보다 사업의 영속성, 고용 안정 등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신규로 서울 시내면세점에 진출한 두산과 신세계는 고민이 많아졌다. 막대한 투자비용을 쏟아붜도 사업의 지속 여부가 5년마다 위협받게 됐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다.

특허권을 뺏긴 SK 워커힐점과 롯데 월드타워점은 최근 영업장 확장을 위한 투자가 있었다. 워커힐면세점은 1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매장 면적을 기존대비 2배 이상 확장하고 매장 환경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12월 전체 재개장 예정이었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잠실 롯데월드에서 월드타워점으로 이전하며 인프라 구축, 인테리어 조성 등에 3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특성상 초기에 시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사업기간 5년 내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게 사실상 어렵고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면세점 사업 성패는 브랜드 소싱 능력, 재고 운영 능력 등이 결정한다. 즉 경험과 운영 노하우가 수반돼야 한다. 결국 사업권 유지를 위해 5년마다 불필요한 소모전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사업장 소속 직원들의 고용 불안도 지속적으로 반복될 우려가 커졌다. 면세점 업체, 상담센터, 입점 브랜드, 용역 업체 직원 등의 다수의 고용권이 한 영업장에 달려 있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입찰 경쟁 탓에 업계 전반적으로 고용 불안은 커질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점(1300명)과 SK 워커힐면세점(900명)의 경우 현재 22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영속성과 안정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국내면세점 시장 규모는 출입국자수 증가로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시장 확대와는 별개로 업체별 성과는 각 사의제품 소싱 능력, 고객유치 능력 등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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