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詩]김 과장/고찬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김 과장
 그는 과장이다

 손짓이며 발짓
 그 어떤 몸짓이나 웃음
 심지어
 아주 드물게 보이는 눈물까지도
 과장이다
 그 과장이
 김 과장을 과장 자리에 올렸다

 매일매일 거울을 보며
 어디까지를 나로 인정해 줄까
 묻고 답하고 묻고 답하고
 수없는 문답을 스스로도 믿지 못하며

 처자식만 없었어도
 처자식만 없었어도
 공염불을 염불처럼 되뇌며
 김 과장은 오늘도 과장이다
 
[오후 한詩]김 과장/고찬규
AD
원본보기 아이콘

 처자식만 없었어도 내가 이러고 살지는 않았을 거다. 알지? 몰라? 정 과장은 다 알잖아. 대학 다닐 때 말야, 그때 말야, 나도 정의에 불탔었고 꿈이 있었더랬어. 왜 이래 진짜. 그때 화르륵 다 태워 버렸던 거야, 화르륵. 알잖아? 내가 누군지. 나 수색대 출신이야. 내가 깐 지뢰만 해도 오백 개가 넘어. 우리 동네에선 내가 수재였거든. 지금도 고향 가면 내가 동네 대소사 다 응, 막, 다 하고 그래. 어르신들이 나한테 다 물어보고 말야. 내가 진짜 처자식만 없었어도 확 그냥 들이받는 건데. 미경이 생각난다. 우리 마누라 말야. 이뻤지. 이뻤는데 지금은…… 후우, 그런데 지금 몇 시지? 오늘 우리 막둥이 생일이거든.
 그래, 안다. 산다는 건 과장도 아니고 공염불도 아니다. 한 손엔 초코 케이크, 한 손엔 터닝메카드 하나 들고 비틀비틀 걸어가는 당신과 당신 그리고 김 과장이여.
 채상우(시인)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에버랜드 호랑이 4남매, 세 돌 생일잔치 손흥민, '에테르노 압구정' 샀다… 400억 초고가 주택 논란의 신조어 '뉴진스럽다'…누가 왜 만들었나

    #국내이슈

  • "합성 아닙니다"…산 위를 걷는 '강아지 구름' 포착 "다리는 풀리고 고개는 하늘로"…'40도 폭염'에 녹아내린 링컨 등산갔다 열흘간 실종된 남성…14㎏ 빠진 채 가족 품으로

    #해외이슈

  • [포토] '한 풀 꺽인 더위' [포토] 폭염, 부채질 하는 시민들 [포토] 연이은 폭염에 한강수영장 찾은 시민들

    #포토PICK

  • '주행거리 315㎞'…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공개 911같은 민첩함…포르셰 첫 전기SUV '마칸 일렉트릭' "로키산맥 달리며 성능 겨룬다"…현대차, 양산 EV 최고 기록 달성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불붙은 상속세 개편안, '가업상속공제'도 도마위 [뉴스속 용어]강력한 총기 규제 촉구한 美 '의무총감' [뉴스속 용어]순례길 대참사…폭염에 ‘이슬람 하지’ 아비규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