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외교는 말(言)의 향연이다. 세계 최전선에서 국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교관들이 가진 무기는 말이다. 그래서 외교관들이 사용하는 어휘 한마디는 곧 그 나라의 품격과 위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오준 전 유엔 대사는 지난 38년 간 세계 현장에서 대한민국 대표 '말꾼'이었다. 특히 지난해 말 퇴임 전까지 3년여 간 재임했던 유엔 무대에서 그의 말 한 마디는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큰 울림을 만들기도 했다. 2014년 12월 북한 인권 상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처음 다뤄졌을 때 "북한 주민은 우리에게는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고 말하는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러면서 오 전 대사는 지난 외교관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유엔 대사 시절이 아니라는 뜻밖의 대답도 내놨다. 그는 "가장 보람됐던 순간의 경우 다른 분들은 저의 유엔 연설을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 개인으로는 싱가포르 대사 시절 마약운반 혐의로 수감된 3명의 우리 국민들이 사형 선고를 받지 않고 석방될 수 있었던 순간"이라고 답했다. 이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우리 외교가 좀 더 뚜렷한 철학과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라고 할까요"라며 솔직한 심경도 내비쳤다.
오 전 대사는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대학 강의와 함께 새로운 비정부기구(NGO) 설립에 대한 꿈을 얘기했다. 사회에 더 기여할 여지가 있다면 유엔에서 다루던 장애인 인권, 개발, 북한과 같은 분야에서 NGO 활동에 참여하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이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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