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수 사라진 유통업계 "괴로운 선거철"
백화점 봄세일 매출부진…대형마트 매출도 '뚝'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내 유통업계가 유난히 힘겨운 4월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절벽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전통적인 비수기에 접어든 유통업계에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소비가 반짝 살아나는 '특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봄 정기세일에 돌입한 백화점들의 현재까지 매출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이 전날까지 집계한 매출 신장율은 -1.3%를 기록했고, 이 기간 현대백화점 매출도 1.2%가 감소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기존점 확장 효과로 유일하게 매출이 11.8% 늘었다.
대형마트는 상황이 더 나쁘다. 업계 1위 이마트의 경우 1월에는 설효과로 오프라인 할인점 매출이 13.6% 급등했지만, 2월에는 신장률이 -19.2%로 고꾸라졌고, 3월에도 -0.3% 기록했다. 롯데마트는 1~2월 5.4% 매출 감소를 경험한데 이어 3월에도 1%가 빠졌다.
그동안 유통업계에선 '대선 특수'가 정설로 통했다. 대통령 선거와 같은 큰 국가 이벤트가 있는 해에는 선거자금 등 현금이 풀리면서 가계 씀씀이도 커진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자들의 심리가 회복되는 점도 이같은 이론을 뒷받침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치러진 4차례의 대선 당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4분기를 제외하고 연중 100 이상의 낙관적인 경향을 보였다.
최근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 우려 등 4월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긴축모드에 들어간 점도 소비불씨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또 대선이 치러지는 다음달 9일까지 징검다리 연휴가 잇따라 3일이 포함되는 등 최장 11일의 황금연휴가 예정되면서 해외 여행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인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부진의 근본적 원인은 소비에 쓸 가계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간한 '경제동향& 이슈'를 보면 지난해 가계 근로소득은 월평균 294만8000원으로 전년대비 1% 증가하며 10년내 가장 낮은 증가세를 보였고, 그 결과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가계 월평균 실질소비지출은 전년대비 -1.5% 감소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예년 대선에선 매출이 증가했는데 요즘에는 소비자들이 전혀 구매를 하지 않는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저축을 늘리면서 아예 지갑을 닫고있다"고 우려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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