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논란을 무릅쓰고 다시 당 대표를 하려는 것도 새로운 정치문법으로 봐야 할까. 달리 해석이 안 돼서 5년 전 기사를 들추고 자문하는 거다. 아무리 물어도 그렇게 봐주기는 어려울 거 같다. 그 때와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2012년에는 안 전 대표에게 정치적인 부채, 즉 책임질 일이 없었다.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조건없이 양보했으니 오히려 채권자였다. 지금은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인이 질 수도 있는 책임에 플러스 알파까지 떠안았다.
검찰의 처분을 기다리다가 '법적으로 안철수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이를 면죄부로 여긴 듯하다. 정치인이 사법처리 여부로 자기의 책임 유무를 판단하면 곤란하다. 정치는 법 바깥에서 작동한다. 그래서 무한책임이라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의 항해를 방해해서 책임지라고 한 게 아니다. 22일 동안 얼마나 깊이 "반성과 성찰"을 했는지는 어차피 설명이 안 될 테니 특별히 따지고 들 것도 없다.
안 전 대표가 부채ㆍ책임 같은 말을 들으면 '문재인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한 번 양보했던 채권이 유효하다'고 속으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의 보폭이 너무 크고 걸음이 좀 거칠어도 괜찮은 거 아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착각이다. 그 때 안 전 대표가 한 것이 진짜 양보였는지, 이에 따른 후보단일화가 진짜 단일화였는지를 두고는 아직도 시비가 붙는다.
비유는 비유일 뿐이다. 정당도 아닌 정당으로 만든 사람, 즉 불 낸 사람은 일단 빠지는 게 정치적 화재진압이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참모들이? 이유미씨와 이준서씨가? 이들은 안 전 대표가 데려왔다. 지방선거를 언급한 데서는 정치일정을 공학으로 계산한 티가 난다. 이런 식으로 계산기를 돌려서 당 대표 된 사람은 봤지만 대통령 된 사람은 못 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책임지고 정치를 떠났다가 돌아오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2년은 기다렸다. 5년 전 어느 시점까지 안 전 대표는 멋졌고 그가 끼어든 우리 정치는 볼 만했다. 그래서 여러모로 안타깝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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