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수사기관이 범죄 피의자를 구속한 뒤 친구나 가족 등 변호인이 아닌 사람과의 접견을 제한하는 것은 피의자 방어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구속 피의자의 비변호인과의 접견 등을 금지할 경우 금지 사유, 불복 방법을 서면 또는 휴대전화로 신속하게 고지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20일 충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마약을 투입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검거 당일부터 교도소에 수용될 때까지 열흘 간 친구와 가족들을 일체 만나지 못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피진정인인 경찰관 B씨는 A씨를 검거한 당일 오후 7시부터 가족을 포함한 비변호인 접견 제한 조치를 했으나 관련 공문은 다음 날인 지난해 6월21일 수사지원팀에 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B씨는 6월27일 비변호인 접견 제한의 내용을 ‘변호인과 가족을 제외한 사람의 접견 금지’ 로 변경하는 오락가락하는 일처리를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공모 가능성이나 증거 인멸에 관한 B씨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접견 제한 조치의 이유도 적시하지 않은 공문으로 실제 접견 제한을 시킨 하루 뒤 유치인 보호 담당자에게 통지하는 등 적법절차도 준수하지 않아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가족 등에 대한 접견 제한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명백한 경우에 한해 적법하게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범죄 피의자는 가족이나 친구 등 도움 없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들과의 접견은 사실상 헌법 12조의 자기방어권, 변호사 선임권의 실질적 보장 장치가 된다”고 덧붙였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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