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진 것은 '취약차주'라는 단어였다. 150만명에 이르는 취약차주들의 대출규모가 82조7000억원에 이르러 이미 위험한 상황인데, 앞으로 금리는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이 가계부채의 주요 뇌관이 될 것이란 내용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도저히 만나볼 수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더욱 낯선 이 단어는 복잡한 의미를 지닌 단어다. 일단 '취약차주(脆弱借主)'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취약과 차주를 합친 단어다. 여기서 취약은 '취약계층'을 의미하고 차주는 돈을 빌려쓴 사람이란 뜻으로 곧 채무자를 뜻한다. 즉, 채무자 중 취약계층에 놓인 사람을 뜻한다. 기존에 이미 진 빚도 갚기 더 어렵고, 금리가 인상되면 곧바로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글자 뜻 자체만 풀어도 복잡한데, 실제 이 용어의 뜻은 훨씬 복잡하다. 취약차주의 원래 의미는 소득하위 30%의 저소득자이면서 신용등급 하위 7~10등급의 저신용자임과 동시에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를 뜻하는 단어다. 저소득, 저신용, 다중채무의 3중고를 동시에 겪는 사람들인만큼 가계부채의 뇌관이 되기 쉬운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이 현재 150만명 정도 있으며 이들의 대출규모가 83조원에 육박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제2금융권에 막대한 부채를 가지고 있어 이들의 부채규모는 더 빨리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금융 및 경제용어들이 일상용어와 심하게 간극이 생긴 주요 요인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주로 일본에서 들어온 번역용어들이 들어와 정착한 이후, 고치지 못하고 계속 쓰여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들어 수정된 용어로 '구좌(口座)'를 계좌로, '잔금(?金)'을 잔액으로 고친 것 등이 있다. 여전히 상당수 용어들은 일제강점기부터 사용한 용어들이 그대로 쓰이고 있으며, 새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만들어진 용어들도 일본어로 1차 번역된 서적들을 한국어로 재번역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일본식 조어법이 사용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단독]특허 기술 팔고 직원들 보상금 안 준 LG전자...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