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내가 10년 넘게 국회생활을 했지만, 대표연설 제안이 이뤄진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5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같은당 한 중진의원이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엔 벅찬 이슈들을 던졌다.
이어 "한국당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면서 부동산 경기를 살려가는 차원에서 실거주자에 대한 양도세 폐지를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또 문희장 국회의장을 향해서는 개회사를 걸고 넘어지며 "심판이 선수로 뛰려고 한다. 한 나라의 입법부 수장으로서 품격과 균형감각을 상실한 부적절한 코드 개회사"라고 일갈했다.
이들 발언 직후 여당에서는 문 의장을 향한 발언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였지만, 한국당은 오히려 이 양도세 폐지 발언에 주목했다. 오히려 궁금해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 한국당 의원은 "양도세 폐지는 난 오늘 처음 듣는다"며 "아마 원내대표단에서 결정한 거 같은데 한번 직접 물어보시라"고 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도 양도세 폐지의 구체적 방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그건 원내대표께 한번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의 공식적인 연설이었음에도 원내 의원들과 공감대를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 던진 메시지로 보일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래도 이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성을 키워야 할 때였고, 여당의 적폐청산 공세에 피로감을 느끼던 한국당 의원들에게 쾌감을 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김병준 비대위 체제 하에서 미약하나마 당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정기국회를 주도할 수 있는 수많은 카드를 쥐고 있는 상태여서 독단적 정책 결정 발표는 다른 의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 수 있다.
최근 김 원내대표는 자극적인 언어로 여당을 공격하면서 '품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연설문만 봐도 '소득주도성장 굿판',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피싱' 등 강렬한 문구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이러한 표현은 대중의 이목을 끄는데 효과적이지만 반대로 '품격'을 중시하는 보수층에게도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구나 같은 편과 소통과 공감없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을 땐 더욱 그렇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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