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정경유착 고리 끊겠다더니 헛말이었나" 근심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정경유착 논란에 2016년 이후 유명무실이 된 '공무원 민간 근무휴직제'가 내년부터 재개된다. 정부는 공무원들이 민간 기업에 파견을 가 민간 기업의 장점을 배운다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그동안 받았던 비판을 수용해 선별 기준을 엄격히 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파견 공무원을 받아야 하는 기업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민간 근무 휴직제는 민간 경영 기법 도입, 공무원의 정책 현장에 대한 이해 등 민관 상호 이해 증진 및 발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부처 별로 재직 기간 3년 이상인 4~7급(일반직 기준) 공무원을 대상으로 최장 3년 동안 민간에서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제도 도입의 취지와 달리 악용의 우려가 커 수차례 도입됐다가 중단된 바 있다. 2002년 처음으로 시행됐다가 대기업, 로펌에 간 공무원의 민관유착 의혹이 짙어지면서 2008년 중단됐다. 2012년에는 중견ㆍ중소기업만 취업하도록 제한을 두고 다시 시행됐다. 2015년 대기업으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파견 공무원의 규모가 2012년 7명에서 2016년 57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삼성(8명), 현대차(5명), SK(4명) 등 대기업으로 파견을 나갔다.
기업들은 새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순실 사태' 이후 정경유착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거론된 가운데 이런 제도 때문에 추후에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마저 나온다.
이 제도를 통해 약 1년 간 공무원이 파견을 나왔던 한 민간 협회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이 규제 기관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 때문에 별도의 사무실 공간을 비워주고 1년 내내 모셨다"며 "그 기간 동안 어떠한 업무도 시킬 수도 없었고, 출퇴근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뭐라고 말할 엄두도 못냈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이후 공무원들의 재취업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공무원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이를 달래주기 위한 제도로 밖에 안 보인다"라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다시 시행하려고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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