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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중소기업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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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기업에서 중소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소기업 강국'의 필요조건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독일은 99.5%, 프랑스는 99.9%, 일본은 99.0%다. 독일ㆍ프랑스ㆍ일본은 모두 중소기업 강국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같은 99.9%다. 그럼 우리나라도 중소기업 강국일까.


이를 따지려면 전체 기업 종사자 중 중소기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까지 살펴봐야 한다. 독일은 66.8%, 프랑스는 63.0%, 일본은 76.1%다. 한국은 87.9%로 월등히 높다. '9988'이라는, 암호 같은 수식(數飾)의 배경이다.


'높은 중소기업 비중, 그렇게 높지는 않은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이 중소기업 강국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면 '9988'은 아쉽게도 조건미달이다.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이 낮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명제를 다음과 같이 해설한다.


"어느 날 갑자기 대기업 규모로 창업하는 경우는 없다. 처음에 소규모로 창업해서 소상공인,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으로 커가는 것이다. 나는 지금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은퇴할 때 내가 다닌 회사가 대기업이 되었다는 의미다. 이런 대기업이 많기에 그들은 선진국이 됐고, 그런 대기업의 시작이 중소기업이었기에 중소기업 강국이라 칭하는 것이다."


기업정보 분석업체인 한국CXO연구소는 연매출 1조원 이상의 국내 기업 수가 2012년 정점을 찍은 뒤로 계속 줄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13일 내놓았다. 올해 등장한 세계 260여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중 우리나라 기업은 3개 뿐이다. 독일 등의 창업기업 3년 생존율은 모두 50%를 넘는데 한국은 38%밖에 안 된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는커녕 많은 창업기업이 3년도 못가 폐업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새롭게 창업하는 이들이 빈자리를 채워 중소기업 비중만 유지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라고 짐작할 수 있다.


대ㆍ중소기업간 계층이동의 사다리는 점점 좁아지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공고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소기업 근로자가 1년 뒤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2005년 3.5%에서 2015∼2016년 2.2%로 낮아졌다. 30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체의 임금 대비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임금 비율은 1980년 1.1배에서 2014년 1.7배로 높아졌다.


오 교수의 얘기는 오동윤 교수의 '중소기업 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글에서 인용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길에 접어들지 못한 것 같다.


[초동여담]중소기업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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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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