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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30년] 힘겨웠던 첫발‥전략적 파트너 대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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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한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관계 수립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30년간 관계를 확대해온 아세안은 신남방 정책의 핵심 축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부는 아세안 대표부 대사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외교부 내에 아세안국을 독립 신설하는 등 아세안과의 협력과 교류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월에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부산에서 열린다.

아시아경제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와 함께 지난 30년간 한국과 아세안이 쌓아온 우정의 역사를 외교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고 연구했던 전ㆍ현직 외교관 및 학계 인사들과 함께 되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30년의 미래발전에 대한 비전과 제언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11월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에서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회 한ㆍ메콩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축하하고 미래 협력을 정상 차원에서 약속하는 중요한 외교 행사다. 한ㆍ메콩 협력이 장관급에서 정상급으로 격상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한ㆍ아세안 대화관계가 수립된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됐다. 그즈음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선두로 한국, 대만, 홍콩 및 싱가포르가 도약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시아ㆍ태평양 시대의 도래에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했다. 또한 국력이 부상함에 따라 미ㆍ일 중심의 외교를 다변화할 필요성도 부각됐다. 정부는 고민 끝에 아태 지역 유일의 지역기구인 아세안과의 관계수립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두 가지 측면을 크게 고려한 결정이었다. 먼저 아세안 회원국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다자적 플랫폼 구축이다. 동일한 의제를 가지고 아세안 각국을 따로 만나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은 자명하다. 두 번째 측면은 아세안이 선진국들과 이미 구축한 다자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이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을 초청한 아세안 확대 외교장관회의(PMC)에 신규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아세안과의 대화관계 수립이 선행돼야 했다. 아세안이 개발도상국들의 모임이었지만 초청된 국가가 모두 선진국이었다.


아세안 확대 외교장관회의는 개발문제 등 공동 협력을 논의하는 유용한 다자 포럼으로 발전했다. PMC 경제 분야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안보 분야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출범의 모체가 됐다.


우리 정부는 1980년대 초부터 아세안과 대화관계 수립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세안의 입장은 미온적이었다.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어서 실익이 적고 남북 문제에 얽히고 싶지 않다는 고려가 작용했다고 한다.

아세안의 분위기를 간파한 우리 정부는 정상과 외교부 장관이 아세안 국가들을 순방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다. 이러한 외교 노력은 아세안의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한국의 경이적인 경제발전과 민주화, 88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매년 30% 이상 증가하는 한ㆍ아세안 무역 규모 등 한국의 국력 신장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탈냉전하에서 노태우 정부가 취한 북방외교와 남북한 교차승인 정책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아세안의 부담감을 해소시켰다. 마침내 1989년 정치 분야를 제외하는 부분 대화관계(Sectoral Dialogue Partner)가 수립됐다. 한ㆍ아세안 관계는 불과 2년 후 완전 대화관계로 격상됐다. 선진국이 아닌 국가로는 처음이었다. 당시 아세안 담당 외교부 직원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전설처럼 전해질 정도로 외교적 쾌거였다.


지난 30년간의 한ㆍ아세안 대화관계를 통해 협력의 깊이와 폭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과의 양자관계가 발전했고, 한ㆍ아세안 협력은 인적으로는 정상급에서 과장급까지, 분야별로는 정치안보부터 금융, 식량, 교육, 보건 등까지 다양한 분야로 수직ㆍ수평적으로 확대됐다. 이제 한ㆍ아세안 관계는 상호 핵심 협력 파트너로 부상했다. 또한 우리는 대화상대국이라는 지위를 기반으로 APEC, ARF, 아세안+3(한ㆍ중ㆍ일)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창립 멤버로 참여해 외교 지평을 확대해왔다.


1989년 한ㆍ아세안 대화관계 수립은 변화하는 지역정세 속에서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전략적 고민의 결과였다. 정부 최고위급에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 역량을 지속 동원한 성과였다. 1989년이 그러했듯이 이번 특별정상회의가 한ㆍ아세안 관계뿐 아니라 지역협력에서도 우리 외교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김영채 외교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특별대표, 주아세안대사 역임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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