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편지 들고온 유영하 공천신청…통합당의 고민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비례후보 신청…공천 여부따라 총선에 변수될 듯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대독한 유영하 변호사가 원내 입성 의지를 드러내면서 미래통합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대야당으로의 보수결집을 주문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보수분열 직전 미래통합당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지만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 변호사에게 공천을 주는 것은 그 자체로 또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어서다. 중도ㆍ무당층 잡기에 전력을 쏟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총선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당 내 우려가 나온다.

유 변호사는 5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입당하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 박 전 대통령이 옥중 메시지를 내놓은 지 하루 만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발표하며 "진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뜻을 따르도록 하겠다. 상의하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그의 미래한국당 입당 역시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은 미래통합당 권한 밖의 일이지만 자매정당으로 내세운 만큼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래한국당에 대한 호감도가 미래통합당 지역구 선거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으로 조원진ㆍ홍문종ㆍ김문수 등 자칭 친박세력의 힘은 빠졌지만 서신을 대독한 유 변호사는 최측근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면회를 하는 유일한 인물로 알려질 만큼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재판정 변론을 주도하며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미래한국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될 경우 또다시 계파, 탄핵 이미지를 상기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지난 공천파동의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배제하고, 계파색이 짙다고 평가받는 의원들을 컷오프하며 중도로의 확장을 꾀하는 미래통합당의 방향성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미래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옥중 서신을 통해 나를 잊어달라며 현실 정치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까지 보여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할지는 정치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6일 한 라디오를 통해 "본인 나름대로의 정치적 판단을 했겠지만 박근혜 대통령 이름으로 정치를 하시는 분 같으면 비례대표를 신청하기 보다 그야말로 험지에 나가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옥중 서신으로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선 "당 내에서도 그런 우려를 하는 분들이 있다. 다만 (서신) 그 속에는 옥중에 있는 사람을 정치에 끄집어내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