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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인구프리즘]청년세대의 소비트렌드 '체험소비'…무형가치를 제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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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인구프리즘]청년세대의 소비트렌드 '체험소비'…무형가치를 제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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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 사회의 복잡계는 더 짙어졌다. 상수가 된 인구 변화에 새로운 변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가세했다. 불확실성의 점증이다. 의사결정은 어려워졌다. 정부ㆍ기업ㆍ가계 모두 오리무중의 자욱한 안개와 직면했다. 그럼에도 생존 이상의 성장은 불변의 진리.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적 혁신 전략이 절실하다. 해서 시대 독법이 중요하다. 작은 날갯짓이 큰 태풍이 되듯 일상의 소소한 니즈 분석에서 앞날의 변화 기제를 낚아채는 게 관건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사람을 읽는 게 중대ㆍ시급하다. '신인류=신고객'인 까닭이다. 그중 청년 인구는 미래의 소비 지형을 뒤바꿀 상징 그룹이다.


청년이 달라졌다. 옛 잣대를 들이대본들 잘 파악되지 않는다. 더해 종잡지 못할 새로운 인생ㆍ소비관마저 익숙한 세대다. 파악도 이해도 어려운 별종 인구에 가깝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다. 아무리 수가 적어도 미래 시장의 소비 주역이니 품어내는 게 당연지사다. 이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낯선 소비 욕구도 훗날 유력한 범용 니즈로 확대된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발굴해야 할 기업으로선 고민이 깊어진다. 상식 파괴ㆍ선도 실험만이 블루오션의 황금열쇠다. 끈질긴 분석과 기민한 대응이 포인트다.

이와 관련, 청년 세대의 소비 트렌드 중 유력한 건 '체험 소비'다. 소유보다는 사용에 가치를 두고 물건 대신 체험을 우선하는 경향이다. 일본에선 이미 소비 문화로 꽤 안착됐다.


체험 가치는 커졌다. 당장 '소유에서 사용으로'의 가치 전환은 시작됐다. '물건에서 체험으로'의 소비 전환도 비슷하다. 배경은 '감축 경제→인식 변화→물건 거부→미니 생활→체험 소비'의 순환 흐름에 있다. 성숙 사회답게 양적 지향보다 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현상은 뚜렷하다. 광란의 집값 파동 속에 실업난ㆍ저성장이 심화한 2000년부터의 출생자는 더 그렇다. 소유욕의 원천 포기다. 해서 물건 구매ㆍ과시 소유는 별로다. 더 많이 갖겠다고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포기하진 않는다. 그 대안 카드가 체험 소비로 이어진다. 제품 소유보다 서비스 경험을 선호한다. 선배 세대와 다른 새로운 소비 의향이다. 다양한 경험ㆍ서비스를 즐기며 행위 자체를 구입하는 것에 익숙하다. 제품도 새롭고 독특한 감동ㆍ만족을 얹어야 먹혀든다. 최근 회자되는 정리력과 미니멀리스트의 유행과도 관련이 깊다.

후속세대, 물건보다 체험 중시
소유에서 '사용'으로 가치전환
인구변화·소비성숙 결합 트렌드
전체세대가 체험소비 잠재고객

체험 소비는 인구 변화(수요 조정)와 소비 성숙(고도 사회)이 결합한 트렌드다. 상품의 단순한 기능 효과에 더해 경험에 따른 정서 가치까지 중시된다. 즉 특별한 시간ㆍ경험ㆍ추억 등에 가치의 중심을 둔다. 구글에서 '물건 소비에서 체험 소비로(モノ消費からコト消費へ)'를 검색하면 결과물만 382만건이 나온다(2020년 7월18일). 여행ㆍ취미ㆍ음식ㆍ파티는 물론 교육(자격 취득)까지 아우르며 쾌적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나 사회 참여를 위한 비용지출도 거론된다. 가령 여행은 지역 경험을 제공하는 특화 상품이나 호콕ㆍ호캉스가 대세다. 배경은 4가지다. ▲소비 성숙화 진행 ▲필수품보다 선택이 어려운 체험 가치 ▲행복ㆍ생활 만족의 정신적 충족 욕구 ▲IT화에 따른 가치 다양화 및 체험 공유 등이다. 최근엔 시간 소비로까지 퍼진다. 즐기는 시간 자체를 사려는 청년 세대의 특화ㆍ세분화된 소비 의향이다.


성공 사례는 다양하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걸림돌이나 콘서트ㆍ연극 등 문화 행사부터 야외 스포츠 관람ㆍ여행 등 체험 소비에 대한 욕구는 건재하다. 물건을 늘리고 싶지 않다(52%)거나 학습ㆍ자격 취득 등 배우는 일에 돈 쓰는 게 유익하다(72%)고 생각한다는 욕구 조사 결과도 있다(JR동일본기획ㆍ2016). 요컨대 물건의 풍요는 감소하고 마음의 풍요는 증가하는 추세다(아이자와증권ㆍ2017).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가상 공간에서 체험 소비가 더 새롭고 재미나며 만족스럽다는 입소문이 나는 것도 여기에 기여했다. 쓰타야서점이 책만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한 체험 공간을 제공하며 핫스팟이 된 게 대표적이다. 맥주를 파는 게 아니라 워크숍ㆍ음악 라이브ㆍ요리 등 다양한 콘텐츠 이벤트로 승부수를 띄운 주점(YO-HO BREWING)도 인기다. 와인 판매를 넘어 새롭게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는 체험형 서비스(킷코만), 초콜릿 맛을 한층 제대로 체감하도록 가상현실(VR) 기반 체험 시설을 만든 과자회사(메이지)까지 생겨났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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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구뿐만은 아니다. 공략 전략에 따라 전체 세대가 체험 소비의 잠재 고객이다. 가처분소득을 겸비한 중장년 인구를 노린 고액 서비스가 그렇다. 체험 서비스가 강화되며 크루즈 상품이 완판되는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19 이후엔 가상 체험도 확산된다. 게임ㆍ라이브 등에 VR 기술을 넣으면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체험 소비가 열린다. VR 여행은 물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상 연애 등도 시작됐다. 히트한 체험 가치 제공 사례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버스 이동과 현장 체험을 연결한 연애버스 맞선(도칸교통) ▲영화 개봉과 맞물린 체험 이벤트(도쿄디즈니랜드) ▲음식 만들기ㆍ산책 루트로 상점가 체험(난바에비스바시스지) ▲고객이 직접 만들도록 도와주는 반지 제작 서비스(케이우노) ▲링크장을 병설해 쇼핑ㆍ체험을 동시 제공하는 거대 쇼핑몰(이온) 등의 선행 사례가 유명하다.

체험 소비의 각축장은 대면 영업이 기본인 소매유통업계다. 그렇다면 이들의 체험 소비 성공 전략은 뭘까. 크게 4가지다. ▲체험ㆍ참가형(인근 업체ㆍ지역사회와 협력해 입지 특성을 활용한 경험 기회 제공을 통한 집객 효과) ▲견학ㆍ극장형(제조 과정 견학 후 병설 식당에서의 식사 제공 등. 제품 판매와 경험 소비를 모두 제공해 구경거리 강조) ▲인스타 의식형(SNS에 올리는 행위를 감안해 직원 대응ㆍ청결 공간 등 우호적인 환경 조성) ▲시간 체제형(안락의자ㆍ소파 등과 널찍한 공간 확보로 장시간 체제형 쇼핑 제공) 등이다.


체험 소비는 공유 경제와 직결된다. 고가의 대량 소유보다 공유ㆍ대여를 통해 유행에 맞춘 체험 선호가 확산될 수 있다. 고도 성장기에 3종의 신기(神器)이던 냉장고ㆍ세탁기ㆍ흑백TV가 일찌감치 가정 필수품인 3C(컬러TVㆍ에어컨ㆍ자동차)로 전환됐듯 체험 소비도 인식 전환ㆍ경험 공유를 통해 얼마든 확장된다. 기능적인 물건 가치만으로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는 어렵다. 많은 걸 다 갖춘 풍족한 시대 상황은 가치 지향적인 새로운 소비 스타일로 대체된다. 누구나 가진 물건보다는 색다르고 차별적인 경험ㆍ기억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제부터다. 달라진 가치관과 소비 의향으로 무장한 신고객의 출현은 시작됐다. 시대 변화와 맞물린 인구 변화는 얼마든 새로운 소비 풍경을 만들어낸다. 미세한 현재 변화로부터 읽어내는 미래 사업을 위한 선제ㆍ미시적인 소비 제안이 요구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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