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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랑대사 인품까지 담은 조사상, 국보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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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기 전반 제작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태조 왕건 후삼국 통일에 도움을 준 희랑대사
앞면 조각에 건칠 적용 "사실적 재현…예술 가치 뛰어나"

희랑대사 인품까지 담은 조사상, 국보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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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고승(高僧)의 외형을 조각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보물 제999호)이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이 문화재를 국보로 지정했다고 21일 전했다. 신라 말부터 고려 초까지 활동한 희랑대사(希朗大師)의 외형을 조각한 작품이다. 10세기 전반 제작됐다고 추정된다.


조선 후기 학자 유척기가 쓴 ‘유가야기(游加耶記)’에 따르면 희랑대사는 화엄학(華嚴學)에 조예가 깊은 학승(學僧)이다. 해인사 화랑대에 머물며 수도에 정진했으며 태조 왕건의 후삼국 통일에 도움을 줬다. 왕건은 해인사 중창에 필요한 토지를 하사해 감사를 표하고, 고려의 중요한 문서를 이곳에 보관하게 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 일본에서는 실제 생존한 고승의 조각상이 많이 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칠희랑대사좌상이 유일하다. 조선 문헌에 따르면 해행당(解行堂), 진상전(眞常殿), 조사전(祖師殿), 보장전(寶藏殿)을 거치며 수백 년 동안 해인사에 봉안됐다. 문화재청은 “이덕무의 ‘가야산기(伽倻山記)’ 등 조선 후기 학자들의 방문기록이 전래경위에 신빙성을 더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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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이 조사한 결과 건칠희랑대사좌상의 얼굴, 가슴, 손, 무릎 등 앞면 조각에는 건칠(乾漆)이 적용됐다. 삼배 등에 옻칠을 하고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들었다. 문화재청은 “완성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이 요구되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만들었다. 문화재청은 “앞·뒷면을 결합한 방식은 신라 말~고려 초 불상 조각에서 발견된다”며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보물 제1919호)’이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육체의 굴곡과 피부가 자연스럽게 나타나 사실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아담한 등신대 체구와 인자한 눈빛,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노쇠한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도 생동감이 넘쳐 희랑대사의 생전 모습을 연상케 한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흉혈국인(胸穴國人·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 꼽힌다. 가슴에 폭 0.5㎝, 길이 3.5㎝의 구멍이 뚫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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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해인사 설화는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어 피를 보시했다고 전한다”면서도 “고승의 흉혈이나 정혈(頂穴·정수리에 난 구멍)은 보통 신통력을 상징한다. ‘서울 승가사 석조승가대사좌상(보물 제 1000호)’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문헌과 현존작이 모두 남아 있는 유일한 조사상”이라며 “원형이 잘 남아 있고 사실적 재현으로 내면의 인품까지 표현해 예술 가치가 뛰어나다”고 평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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