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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남편에 세입자 아내?…고강도 대출 규제가 만든 '영끌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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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직장인 커뮤니티서 '영끌법' 화제
실제 가능 여부 직접 따져보니 대게 가능
남편 집주인에 아내 세입자로 두는 경우도
전문가들 "연이은 규제에 시장 왜곡" 비판

집주인 남편에 세입자 아내?…고강도 대출 규제가 만든 '영끌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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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서울에 거주하는 성지환(34·가명)씨는 최근 4000만원가량 모아뒀던 퇴직연금을 전액 해지했다. 예·적금과 현금화한 주식·비트코인 계좌 1억8000만원에 신용대출을 추가로 8000만원까지 받았지만 집을 사기엔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성씨는 "소득이 낮은 편이 아닌데도 대출길이 막혀 방법이 없다"며 "2금융권이나 P2P도 좋으니 대출 방법을 찾아 상급지(집값이 비싼 지역을 표현하는 은어)에 내 집 마련을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힌 실수요자들이 우회로를 찾고 있다. 재테크·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하는 방법이 공공연하게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규제하고 시장이 이를 회피하며 각종 모순과 논란이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정부가 규제하지 않은 대출에 대해 논의하는 글이 화제가 됐다. 이용자들은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해 영끌하는 사람이 빈번하다"며 "정부가 만약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개정하거나 조건을 추가하면 이 방법이 막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국민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퇴직연금이 대표적인 영끌 수단이 된 셈이다.


금융권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퇴직연금은 통상 중도인출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특정 사유와 요건을 갖추면 가능하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가 무주택자이면서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매하거나, 전세금 혹은 보증금을 부담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노후가 불안정해지고 받았던 세액공제 혜택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는 단점에도 집값 상승분이 훨씬 이득이라고 보기 때문에 연금을 인출하는 것이다. 다만 퇴직연금 담보대출의 경우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시중은행 창구에서 거절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간한 ‘2021 주택금융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7만2830명이 2조7758억원을 중도 인출했다. 2만8080만명이 9648억원을 중도인출했던 2015년보다 인원과 규모가 2~3배가량 늘었다. 특히 중도인출 사유를 살펴보면 52%가 주택구입과 주거임차 목적으로, 주택 실수요가 큰 30대가 약 50%를 차지했다. 최경진 주택금융연구원은 “전세·주택가격 상승에 코로나 19 상황까지 겹치면서 향후 30대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중도인출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노후자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중도인출 완화를 위한 적절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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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통한 신용대출 추가자금 마련법도 공유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에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으면 회수 등 규제가 따라붙지만, 명의가 없는 배우자는 추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맞벌이 부부라면 회수약정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허점이 있지만, 세대별로 주택구매 여부를 들여다보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별도로 규제하지 않는다. 이에 부부 중 고소득자가 1억원 초과대출을 받아 주택구매에 보태고, 저소득자가 1억원 한도에 맞춰 돈을 빌리는 대출법이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보험계약자라면 약관대출을 활용하라는 주문도 많다. 약관대출은 보험상품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대출상품이다. 보험사와 상품별로 다르지만 통상 환급금의 50~95%까지 가능하다. 금리는 일반적으로 2.3~9.9% 사이에서 결정된다. 보험료를 납부하기만 하면 기간 내 자유롭게 상환할 수 있고 대출기한은 보험계약의 만기일이 된다. 연금보험도 연금개시 전까지 상환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이혼한 뒤 배우자를 세입자로 들이는 사례도 있었다. 이 경우 법적인 ‘남남’이 된 배우자가 세입자 지위로 전세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혼인신고 시 회수위험이 있지만 수억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은밀하게 활용되는 상황이다.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은 연금 대출과 사내대출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공무원 연금대출은 최대 7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데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도 벗어나 있어서다. 이에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사내대출 한도가 7000만원으로 제한되고 LTV 적용까지 받게 되자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가 규제를 덧칠하며 만든 세태라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규제는 왜곡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라면서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를 시행하니 수요자들이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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