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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원형경기장이 주는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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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원형경기장이 주는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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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던 아를은 온화한 날씨로 알려져 있다. 론강이 만든 풍경도 일품인데, 로마시대에 만든 원형 경기장(amphitheater)으로도 유명하다. 원형 경기장은 로마의 콜로세움이 대표적이지만, 유럽에는 아직도 300여 개의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아를의 원형 경기장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베로나와 투우로 유명한 님므처럼 각종 공연이나 경기가 열리고 있어 놀랍다.


원형 경기장은 그리스의 극장에서 유래했다. 그리스 극장은 무대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의 계단식 객석으로 되어 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개의 극장을 붙인 타원형 구조이다. 반원형에서 타원형이 되면서 훨씬 다양한 공연과 경기를 무대에 올릴 수 있고, 더 많은 관객이 들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객의 시선도 다양하고 넓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그리스 극장이 남성들에게만 한정된 공간인 반면, 원형 경기장은 여성에게도 열린 공간이었다. 그리스의 신전과 극장은 남성만이 참여할 수 있는 가부장적인 공간이었다면 로마 시대에는 여권 신장에 따라 공연, 경기, 집회 등이 열리는 경기장에 여성도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원형 경기장은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늘어나면서 등장한 시대적 산물이었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 경제활동 참여율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경제활동참여율은 63.2%로 작년 10월 62.7%에 비해 높아졌다. 그러나 성별로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이 남성에 비해 여전히 저조하다. 금년 10월 기준 남성이 70.8%인데 비해 여성은 52.4%에 불과하다. 국내 여성기업은 약 266만 개로 전체 기업 수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의 큰 축을 이루지만 대다수의 여성기업이 중소기업·소기업으로 기업 전체 매출액의 8.3%에 불과하다. 이것은 여성기업이 경영 활동에 있어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는 일찍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OECD의 통계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 임금은 남자의 63%밖에 되지 않으며, 특히 경제활동참여율은 20%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여성은 아이를 가지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이미 저출산 요인으로 작용하여 장기적으로 국가·사회적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성별에 따른 격차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 일자리 변화에 따른 정책과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성별 격차가 좁혀질 기미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여성기업의 양적·질적 확대를 위한 내실 있는 여성기업 육성정책이 매우 중요한 때이다. 또한 여성이 CEO인 기업일수록 여성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것도 정책에 감안해야 할 요소이다.


공공 생활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낮아지면 의사결정과정에서 다양성과 젠더 감수성이 떨어진다. 원형 경기장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였던 그리스와는 달리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 확대가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이라는 것을 대제국을 이룬 로마의 원형 경기장은 오늘날에도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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