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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다양한 변화와 스토리를 지닌 콜롬비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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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태평양 연안을 따라서 올라온 안데스산맥은 콜롬비아에 이르러 서부, 중부 및 동부산지 3개로 갈라져 대서양 쪽으로 향하여 낮아지다가 평지로 사라진다. 서부 및 중부 산맥의 양쪽 사면에서 커피가 많이 재배되며 이 지역이 에헤 카페테로다. 우리말로는 ‘커피생산 중심축’이다.


아름다운 커피문화경관이라 유네스코가 2011년에 이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15개 주에서 커피가 생산되며, 각 주마다 또는 지방마다 커피의 맛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같은 품종일지라도 재배지역에 따라 맛이 다르다. 토양과 물과 기후에 따라 와인 맛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라비카 품종의 콜롬비아 스페셜티 커피는 세계 커피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콜롬비아 커피생산자협회(FNC)는 15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여기에 커피 경작자의 3분의2가 가입했다. 커피생산자협회는 중앙정부 및 33개의 조합과 함께 커피 경작 및 유통관련 정책을 수립한다. 국내 커피 기준가격을 정하고 커피산업진흥펀드를 운영하며 커피 연구와 기술보급도 담당한다. 산하기업인 알마카페를 통해 생두를 수출한다.


콜롬비아 정부는 수출되는 생두 1파운드 당 미화 6센트를 징수해 커피산업진흥펀드를 조성하고 커피생산자협회 운영비용을 제공한다. 커피조합은 농민들로부터 껍질을 벗기지 않은 페르가미노 커피를 구입하여 이를 청록색의 생두로 가공하고 이를 선별·포장하여 커피조합 소속의 엑스포카페나 알마카페를 통해 수출한다.


미미한 양이지만 내수로도 판매된다. 단일구조를 지닌 우리나라 협동조합과는 달리 커피생산자협회와 커피조합의 2중구조 행정체계이지만 유사한 업무, 지분구조 및 협업 관행에 비추어 실질적으로는 같은 조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커피 농가는 커피생산자협회 또는 커피조합 소속일지라도 그 유통체계를 사용하지 않고 커피를 수출업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도 있다. 5년 전부터 판매의 자유를 부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커피생산자협회 및 커피조합과 커피 농가들 간에 묘한 긴장관계도 엿보인다.


커피생산자협회와 커피조합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의 커피생산 및 유통구조에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젊은 세대 커피 농가들은 지역별로 자체그룹을 조직해 커피생산자협회가 추천하지 않은 특별한 커피 품종을 재배하고, 자체적으로 가공시설을 구축하여 커피를 상품화하고 이를 직접 판매한다.


기존의 커피산업구조에 대한 일종의 반란인 셈이다.


콜롬비아 커피에 다양한 스토리가 입혀지고 있다. 무장해제자들이 경작한 커피가 ‘희망의 열매’ 상표로 팔린다. 2016년 평화협정에 따라 많은 게릴라들이 손에서 무기를 놓았으며 지금은 쟁기를 들고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분쟁지역의 여성 가장들은 ‘여성의 커피’를 생산한다. 60년 내전의 와중에서 많은 여성들이 가족을 잃었으며 인권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콜롬비아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그들의 삶이 개선되도록 적극 지원한다. 그들의 경제적 안정이 콜롬비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관건이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나 가톨릭 교구도 내전 피해자들이나 영세 커피 경작자들을 돕는다. 동족상잔을 경험한 우리나라도 코이카 사업을 통해 콜롬비아의 평화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콜롬비아에서 연간 1억달러 어치의 커피 생두나 가공품을 수입한다. 풍부한 향과 감미로운 맛을 지닌 콜롬비아 아라비카 커피에는 그곳의 물과 바람과 햇볕과 토양의 기운과 더불어 갈등과 빈곤 그리고 내전이 만든 얼룩들도 배어있다.


추종연 주콜롬비아대사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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