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알짜배기 지식재산]아이디어 분출하는 AI…권리 보호는?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⑧AI는 발명가가 될 수 있을까
美 과학자, AI 발명 특허 출원
출원 무효 처분받아 법적 대응
상표·특허 출원시 AI 활용하기도

인공지능(AI) 다부스의 발명품과 스티븐 테일러 박사의 주장[이미지 제공=특허청]

인공지능(AI) 다부스의 발명품과 스티븐 테일러 박사의 주장[이미지 제공=특허청]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인공지능(AI)이 글을 써주고 그림도 그려주는 세상이다. AI의 아이디어로 발명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AI가 발명한 기술을 특허로 등록할 수 있을까? 현재까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영국, 미국, 독일 등 주요국 특허청은 인간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I를 발명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미국의 과학자 스티븐 테일러(Stephen Thaler) 박사다. 그는 미주리에 '상상엔진'이라는 AI 전문기업을 설립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AI 창작 기계 '다부스(DABUS)'를 개발했다. 영국 서리 대학교 법학보건과학 교수이자 변호사 라이언 애보트(Ryan Abbott)와 함께 팀을 이뤄 2019년부터 '인공 발명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다부스가 발명한 기술과 제품 특허를 국제특허출원(PCT) 제도를 통해 전 세계 16개 국가에 출원했다. 다부스의 발명품은 ▲열전달 효율이 좋은 식품 용기와 ▲깜빡이는 빛을 내서 수색작업에 도움을 주는 구조장치다. 테일러 박사는 "나는 이 발명과 관련된 지식이 없다"며 "내가 개발한 다부스가 스스로 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국에서 특허 등록 거절 통보를 받았다.

우리나라 특허청도 해당 특허를 계기로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초의 특허 심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특허청은 지난해 9월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적은 것은 특허법에 위배된다"며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는 보정요구서를 통지했다. 하지만 출원인인 테일러 박사가 이에 응하지 않아 출원 무효 처분했다. 테일러 박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그는 미국, 유럽, 영국 등 지식재산 분야 주요국에 이어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한국에서 AI를 발명자로 인정해달라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알짜배기 지식재산]아이디어 분출하는 AI…권리 보호는? 원본보기 아이콘

다부스의 발명은 특허뿐만 아니라 저작권 문제와도 얽혀있다. 다부스가 그린 '파라다이스로의 최근 입구'라는 제목의 그림이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창조적 노력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9년 미국 저작권청으로부터 저작권 등록을 거부당했다. 테일러 박사는 최근 아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발명한 지식재산(IP)들이 제대로 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향후 기계 지능으로 인해 아이디어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창조적인 AI 대신 부정하게 공을 독차지하는 예술가와 발명가가 늘어나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AI의 창작물에 무임승차 하는 인간이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AI 창작물에 대한 법적 보호 없인 AI 기술의 혁신이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현재 AI 발전 속도를 볼 때 언젠가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며 "이에 대비해 AI 발명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학계·산업계 및 외국 특허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AI는 이미 지식재산 시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AI가 변리사 업무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온라인 AI 상표등록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기업 '코토박스(Cotobox)'는 2017년 11월부터 4년 동안 자사 서비스를 활용한 상표 출원 건수가 1만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AI를 활용해 유사 상표를 간단하게 검색하고 저렴한 가격에 상표 출원을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중소기업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코토박스를 활용한 마스크·소독약 제조 판매 기업, 테이크아웃·배달 등을 하는 요식업계의 상표 출원이 늘어났다.

스티븐 테일러 박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다부스가 그린 그림. 제목은 'A Recent Entrance to Paradise'.

스티븐 테일러 박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다부스가 그린 그림. 제목은 'A Recent Entrance to Paradise'.

원본보기 아이콘

일본의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는 2021년 AI 특허 서류 작성 시스템인 'AI 사무라이'를 도입했다. 사용자가 발명의 기초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내용을 분석하고 과거 특허 등을 참고해 특허 출원을 위한 서류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낸다. AI가 작성한 내용을 이후 변리사가 수정·확인해 특허청에 출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AI 사무라이를 활용하는 게 변리사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었다. 일본의 변리사법은 변리사 이외의 자가 보수를 받고 특허출원 서류를 작성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식스는 '그레이존 해소 제도'를 통해 AI 사무라이 활용에 대한 규제 위반 여부를 따져봤다. 그레이존 해소 제도란, 사업자가 추진하려는 신산업이 규제 대상이 되는지 불확실한 경우 사전에 관계 당국에 문의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2월 경제산업성은 아식스에 "특허 서류 작성에 AI를 이용하는 건 적법하다"는 회신을 줬다. 변리사의 감독하에서 AI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변리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이유리나 연구원은 "아식스뿐만 아니라 AI 사무라이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서류 초안 작성의 부담을 덜어 더 많이, 더 빠르게 특허를 출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에버랜드 호랑이 4남매, 세 돌 생일잔치 손흥민, '에테르노 압구정' 샀다… 400억 초고가 주택 논란의 신조어 '뉴진스럽다'…누가 왜 만들었나

    #국내이슈

  • "합성 아닙니다"…산 위를 걷는 '강아지 구름' 포착 "다리는 풀리고 고개는 하늘로"…'40도 폭염'에 녹아내린 링컨 등산갔다 열흘간 실종된 남성…14㎏ 빠진 채 가족 품으로

    #해외이슈

  • [포토] '한 풀 꺽인 더위' [포토] 폭염, 부채질 하는 시민들 [포토] 연이은 폭염에 한강수영장 찾은 시민들

    #포토PICK

  • '주행거리 315㎞'…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공개 911같은 민첩함…포르셰 첫 전기SUV '마칸 일렉트릭' "로키산맥 달리며 성능 겨룬다"…현대차, 양산 EV 최고 기록 달성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불붙은 상속세 개편안, '가업상속공제'도 도마위 [뉴스속 용어]강력한 총기 규제 촉구한 美 '의무총감' [뉴스속 용어]순례길 대참사…폭염에 ‘이슬람 하지’ 아비규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