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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자금줄이 말랐다"…美 은행 대출 줄이기에 '신용경색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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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계 돈 가뭄

"크레디트 크런치(Credit Crunch·신용경색)가 시작됐다"


넘치는 유동성에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던 미국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은행 위기 후유증으로 일부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기업과 가계의 돈줄이 마르는 'C의 위험'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불거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발(發) 신용경색으로 자금 압박을 받는 벤처기업과 건설사들의 사례를 전했다. 와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3년 차 신생 벤처기업 BOXT는 주거래은행이었던 SVB의 파산 사태 이후 자금난을 겪고 있다. 사라 푸일 BOXT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운영을 위한) 자금 융통이 어렵고 조달 비용도 더 많이 든다"며 사실상 자금 조달이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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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의 대출 태도가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상황이 취약해진 것이다. 부동산 대출 시장 상황도 다르지 않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대형은행들은 주거용과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른바 '점보론'이라 불리는 우량담보대출 금리까지 올렸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건설기공사협회(ABC)의 무역 협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니르반 바수는 "사람들이 'C' 단어(신용경색)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이미 신용경색이 도래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고 자동차 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 미 자동차시장 정보업체 콕스오토모티브의 수석 경제학자인 조나단 스모크는 "중고차 구매를 위한 대출 비용이 한 달 만에 0.2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신차 대출 비용 또한 높아지고 있어 공급망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새로운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 규모 축소는 결국 대출 수요자인 기업과 가계에 비용을 전가시키고, 이는 산업과 소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경기 둔화를 앞당기게 된다. 도이체방크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매튜 루제티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대출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대출을 조이는 은행이 10% 증가하면 미국 생산량은 약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미 은행감독협의회(CSBS)에 따르면 SVB 사태 이후 지역은행들의 센티멘트(투자심리)는 2019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응답자의 90%(약 330명)가 미국이 이미 경기 침체에 접었들었다는 판단을 내놨다. 은행 위기는 미 정부의 발 빠른 개입으로 잠시 가라앉았지만, '고금리 부작용'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닌 만큼 단기간 내 은행 위기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침체 시점과 강도는 Fed의 대응에 달렸다. 한층 가까워진 경기 침체 그림자와 여전히 높은 물가 사이에서 Fed의 고민은 확대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노랜딩' 시나리오까지 나왔지만 SVB 사태를 계기로 '하드랜딩'으로 나아가고 있다.


Fed의 대응은 예상보다 매파적인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물가가 충분한 수준까지 하향 안정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추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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