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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맥투자증권 사태' 9년 재판 만에 예금보험공사 패소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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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맥투자증권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해외 투자회사 상대 100억대 부당이득 소송 패소
한국거래소가 낸 구상금 청구 소송도 패소

2013년 말 파생상품 주문 실수로 460억원대 손실을 보고 끝내 파산한 한맥투자증권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360억원대 이득을 본 해외 투자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9년 만에 최종 패소했다.


예금보험공사는 한국거래소가 제기한 411억원대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도 패소해 거액을 물어주게 됐다.

'2013년 한맥투자증권 사태' 9년 재판 만에 예금보험공사 패소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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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맥투자증권이 미국 헤지펀드 캐시아캐피탈을 상대로 낸 100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27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3년 3월 한국거래소 파생금융상품 자동거래프로그램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구매한 한맥투자증권은 같은해 12월 12일 소프트웨어 작동을 위한 변수 입력을 위탁 받은 직원의 실수로 약 46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당시 한맥투자증권은 시장 개장 전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면 시장이 개장된 후 미리 입력된 조건에 따라 자동주문이 실행되는 방식으로 파생상품 주문을 했다. 그런데 이를 위탁받은 직원이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값을 '잔존일수/365'로 입력해야 했는데 '잔존일수/0'으로 입력하는 바람에 시장거래가격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의 주문이 대량 발생했다.

제시해야 할 호가의 매수가격 상단과 매도가격 하단이 설정되지 않은 채 소프트웨어가 직전 체결 호가와 최우선 주문 호가만을 검토해 이례적인 호가를 제출했던 것이다.


가령 권리행사가격이 225포인트인 KOSPI 200 콜옵션은 개장 직후 32.5포인트에 매도가 가능했고, 34.55포인트에 매수가 가능했는데, 위 콜옵션을 0.51포인트에 매도하거나 62.65포인트에 매수하는 등의 주문이 발생했다.


힌멕투자증권은 착오에 의한 거래였다며 결제 보류를 요청했지만 한국거래소는 다음날 손해배상공동기금에서 결제대금을 주문 상대방에게 지급했다. 이후 대부분 업체가 한맥투자증권의 피해액을 반환해줬지만 싱가포르에 있는 캐시아캐피탈은 반환하지 않았다. 한맥투자증권의 파산으로 소송은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이어받아 진행했다. 공사는 캐시아캐피탈이 얻은 360억원의 이득액 중 먼저 10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공사 측은 주위적으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였기 때문에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캐시아캐피탈이 상식적으로 거래가 체결되기 어려운 낮은 가격대에 100여개의 주문을 내놓았던 점 등에 비춰 착오 주문을 하는 거래 상대방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의 '약탈적 주문'으로 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예비적으로는 민법상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로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해당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이 같은 공사 측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한맥투자증권의 거래 제안이 착오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중대한 과실이 있었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다고 봤다.


우리 민법상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착오가 의사표시를 한 사람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의사표시의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도 상대방이 이를 알고 이용한 경우에는 취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민법 제109조 1항 단서는 의사표시의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공사 측은 사고 당시 캐시아캐피탈디 거래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종목들에 대해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예상가격대부터 모든 가격대에 대해 4개씩 주문을 내놓고, 상식적으로 거래가 체결되기 어려운 낮은 가격대에 100여개의 주문을 내놓았는데, 이는 착오주문을 하는 거래 상대방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의 '약탈적 주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착오를 이용해 약 340억원 이상의 막대한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보호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캐시아캐피탈이 체결된 거래 중 상당부분에 대해 시장이 개시되기 이전에 호가를 제출했고, 이 사건 거래일 이전이나 이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거래한 점 등에 비춰 한맥투자증권의 이례적인 호가 제출을 확인한 후 그에 상응하는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예상치 못한 사유로 가격이 큰 폭으로 급등·급락하는 경우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전략에 따른 조치였다는 캐시아캐피탈 측 주장도 참고가 됐다.


한편 재판부는 "비진의 의사표시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공사 측 예비적 청구에 대해 "공사 측 주장 자체를 보더라도 한맥투자증권이 자신의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한다는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 사건 거래의 의사표시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배척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한편 같은 날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한국거래소가 한맥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공사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거래소는 2014년 3월 한맥투자증권의 파산재산을 관리하는 공사를 상대로 자신이 대신 지불한 결제대금 중 한맥투자증권이 거래소에 예치한 공동기금을 공제한 금액인 411억원의 구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공사는 거래소가 시장 감시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손해를 봤다며 6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이 재판에서도 쟁점은 한맥투자증권의 거래가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착오로 인한 취소가 불가능한지 여부였다.


1·2심 법원은 앞선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한맥투자증권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고, 공사가 거래소에 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공사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결론도 같았다.


두 사건의 상고심 재판부는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 시장에서 이뤄지는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해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 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춰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생상품 거래에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2건의 사건은 2014년 3월 각각 1심 소장이 접수된 이후 2023년 4월 27일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나기까지 9년 2개월이 걸렸다. 특히 2017년 5월과 6월 각각 시작된 대법원의 상고심 심리에만 6년이 소요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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