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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살해·영아유기죄 70년 만에 폐지… 오늘 국회 본회의 통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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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의 생명권을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영아살해죄·영아유기죄가 폐지된다.


18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오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 조항을 삭제하는 등 내용이 담긴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표결한다.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이견 없이 개정안을 통과시킨 만큼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된다.

영아살해죄·영아유기죄는 혼외 관계나 성폭행 등으로 인한 출산 등 남에게 밝히기 수치스러운 동기(치욕 은폐)나 양육이 어려운 상황 등 일정한 동기로 부모가 영아를 살해하거나 유기했을 때 일반 살인죄나 유기죄보다 가볍게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지 70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4년 전 출산한 아기를 살해하고 시신을 대전 지역의 한 하천 변에 유기한 20대 친모가 7일 오전 검찰로 구속 송치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4년 전 출산한 아기를 살해하고 시신을 대전 지역의 한 하천 변에 유기한 20대 친모가 7일 오전 검찰로 구속 송치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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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제출한 2건을 병합·심사한 위원회 대안이다.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분만중 또는 분만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 성립하는데,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존속살해죄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인 것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다. 출산으로 인해 심신의 균형이 상실된 비정상적인 심신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라는 점을 고려해 책임을 감경해줬던 것.


연혁적으로는 로마법상 근친에 대한 살해의 일종으로 평가됐고, 중세 독일법에서는 일반 살인죄보다 가중 처벌되기도 했다. 18세기 이후 자연법사상의 영향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감경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했지만, 프랑스는 1994년, 독일은 1998년 각각 형법을 개정해 영아살해죄를 폐지했다. 일본과 미국은 영아살해죄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같은 동기로 영아를 유기했을 때 성립하는 영아유기죄 역시 법정형(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일반 유기죄(3년 이하의 징역·500만원 이하의 벌금)나 존속유기죄(10년 이하의 징역·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비해 현저히 낮다.


영아살해죄나 영아유기죄는 형법 제정 당시 여성이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산모인 여성 보호 강화 등을 위해 마련됐지만, 여성과 영아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는 등 시대가 변하면서 더 이상 법 제정 당시의 목적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등 관련 범죄가 잇따르면서 입법에 속도가 붙었다. 백혜련 의원이 2020년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간 영아살해는 110건, 영아유기는 1272건이 발생했다.


개정안에는 "영아살해죄의 경우, 존속살해는 무겁게 처벌하면서 영아살해를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있으며, 영아의 생명권을 부당하게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영아유기죄의 경우, 영아유기가 유기죄의 전형적인 모습임을 감안하면 일반 유기죄에 비해 형을 감경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이에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를 폐지함으로써 저항 능력이 없거나 현저히 부족한 사회적 약자인 영아를 범죄로부터 두텁게 보호하고자 한다"고 제안 이유가 기재돼 있다.


형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를 통과하면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를 삭제하는 개정법 조항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에 시행된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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