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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 그들만의 카르텔]①감리업체 장악한 ‘엘피아’…대형 사고 내고도 사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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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철근(보강근) 누락’ 부실시공 아파트 15개 단지 중 2개 단지의 감리를 맡은 K건축사사무소. 이 업체는 지난해 붕괴 사고가 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의 감리를 맡았던 곳이다. 지난 4월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인천 검단 아파트의 감리에도 참여했다. 대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이고, LH 전관 3명이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또 M건축사사무소는 철근 누락 아파트 3개 단지의 감리를 맡았다. 이 회사에는 20여명의 LH 출신들이 현장 기술직으로 근무했는데, 최근 5년간 부실 감리로 36건의 지적(벌점)을 받았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서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서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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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제공한 자료 등에 따르면 LH에서 근무한 2급 이상 퇴직자가 최근 5년간 재취업한 용역업체 중 LH와 계약한 업체는 9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가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LH와 계약한 설계·감리 건수는 203건, 금액은 2319억원 규모로 조사됐다.

철근 누락이 발견된 또 다른 LH 아파트의 감리를 맡은 D사도 경기도, 경기주택도시공사(GH), 행정안전부, 서울시, 대구도시공사 등 다양한 곳의 전관을 임원으로 영입했다.


건설업계(감리·시공)에서 LH 출신끼리 유착하는 ‘엘피아(LH+마피아)’가 감리 업계에 만연해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LH가 최근 7년간(2016~2022년 6월 말 기준)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8051억원(150건)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H가 발주하는 현장에선 감리가 ‘있으나 마나’라는 말이 나온다. 감리가 제 기능을 하려면 발주처와 시공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데 엘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현재의 감리 구조로는 제대로 된 감리가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진 LH의 전횡과 엘피아 문제가 감리 업계를 망가트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LH 출신이 설계나 감리회사로 가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퇴직을 앞두고 용역 심사 전후로 편의를 봐준다는 소문도 파다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LH 전관을 영입한 감리회사는 예산이 줄어들게 돼 현장에선 주로 은퇴한 고령자가 감리를 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감리 업체의 한 관계자는 "LH 전관들에게는 막대한 연봉과 영업비용이 지원된다"며 "이로 인해 회사는 감리 예산을 줄이게 되고, 설계 및 시공 전 과정에서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감리자들을 채용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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