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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 in]'가급 보안시설' 한은, 경비 '불법파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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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비 도급계약 '불법파견' 여지
청경 "한은, 특경을 청경처럼 사용해"
최근 법원, 한은 유사사례서 '불법파견' 인정

[관가 in]'가급 보안시설' 한은, 경비 '불법파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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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 국가보안시설로 분류되는 한국은행에서 최근 경비 업무를 둘러싼 '불법파견'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이 본관 경비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부업체 소속 특수경비원(특경)과 '도급계약'을 맺었음에도, 사실상 '근로자파견' 형태로 업무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불법파견'으로 간주될 수 있어 한은 내부에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은 법규제도실은 최근 한은의 경비 업무 등에 활용되는 도급계약 관련, 불법파견 우려가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서를 작성해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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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비는 정직원으로 채용한 청원경찰(청경)이 담당한다. 하지만 청경만으로는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급계약을 맺은 외주업체 소속 특경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한은의 전체 청경은 88명, 특경은 117명으로 청경보다 특경이 더 많은 상황이다.

한은이 특경을 이용하기 위해 체결한 '도급계약'은 '근로자파견'과 달리 가능한 업무나 파견기간(최대 2년) 제한,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 등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 없다. 이 때문에 한은뿐 아니라 상당수 기업도 원가 절감과 경영 효율을 위해 외부인력을 사용할 때 도급계약을 많이 체결하고 있다.


다만 관련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도급계약의 경우 도급인이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 만약 한은이 특경의 출근, 휴가, 근무태도 등을 점검하거나,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할 경우 도급계약이 아닌 근로자파견으로 판단될 수 있다. 즉, 형식은 도급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이 되는 셈이다. 이는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파견'이다.


문제는 현재 한은 내 청경과 특경의 업무 구조상 불법파견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한은의 한 청경은 "경비 업무 컨트롤타워가 (청경이 근무하는) 상황실이다 보니, 상황실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을 때 공식적으로는 특경에 '협조'를 요청하지만 사실상 '지시'라고 봐야 한다"며 "특경은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입장이라서 더 그렇다. 사실상 한은은 특경을 청경처럼 사용하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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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특경 도급계약 방식이 실제 소송까지 간다면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한은은 경비업체에 대한 지휘감독은 경비업법에서 허용된 것인 만큼 법령과 계약내용을 준수해 경비인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례상 경비 도급계약의 경우 지휘감독이 일부 허용되는데, 한은은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정도의 부당한 지휘감독은 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현호 이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도급계약은 도급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혼재 근무를 하면 같은 지휘자로부터 감독과 업무 지시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독립성이 많이 떨어진다"며 "이런 경우는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이지만 사실상 파견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법원은 한은의 사례와 비슷한 사건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7월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던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포스코 정직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포스코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직접 작업 지시를 한 만큼 사실상 근로자파견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은도 불법파견 논란이 확대되지 않게 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서에도 "고용부 지침과 대법원 입장을 고려하면 당행에서 체결하는 각종 용역계약과 관련해 투입인력의 근무태도, 불성실 등을 이유로 (특경의) 인력 교체를 요구할 경우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꼭 불법파견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은이 높은 등급의 국가보안시설인 것을 고려하면 이런 경비 구조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사시에는 청경, 특경이 유기적으로 함께 대응해야 하는데 서로 업무나 근무 방식에 관여할 수 없는 제도가 제약사항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 현행법 아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특경을 모두 직접고용하는 것이나, 한은의 인건비 결정권은 한은이 아닌 기획재정부에 있다. 도급계약은 사업비로 처리돼 문제가 없지만 직접고용하려면 정부와 논의가 필요하다.


경영계에선 이같은 문제를 만드는 근본 원인인 현행 파견·도급 규제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는 파견법 등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관련 규정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야당과 노동계 반대가 커 이 역시 실현 여부나 시점은 가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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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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