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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마항쟁보상법 따라 보상받아도 위자료 따로 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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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는 따로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나 유족에 대한 신속한 구제와 보상금 지급결정의 안정성을 위해 특별법에서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하면 법률상 화해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뒀다고 하더라도, 그 법에서 규정한 보상금에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고 위원회가 보상금을 산정할 때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규정도 없다면 보상금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져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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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마항쟁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A씨가 국가를 상대로 3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A씨에게 1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1979년 10월 19일 "현정부는 반독재다. 중앙정보부에서 데모 학생을 잡아 전기고문을 하고 상처에 고춧가루를 뿌린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혐의로 체포돼 나흘 뒤 구속됐다.


당시는 부산과 마산을 중심으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제9호 등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항쟁이 확산돼 부산지역에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 계엄사령관이 계엄법에 따라 계엄포고를 발령한 상태였다. 계엄포고 제1호에는 유언비어 날조·유포와 국론분열 언동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영장이 없이도 체포·구금·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A씨는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가 징역 1년으로 감형받은 뒤 항소해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다시 상고했지만 1980년 10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이후 2013년 3월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고, 한달 뒤 대법원도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해 위헌·무효 결정을 내렸다. 2018년 11월에는 A씨에 대한 처벌의 근거가 된 계엄포고에 대해서도 위헌·위법한 것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부마항쟁보상법에 따라 설치된 부마항쟁위원회는 2019년 6월 A씨를 '부마항쟁과 관련해 구금된 자', '부마항쟁과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은 자'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을 토대로 A씨는 재심을 청구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그리고 재심 무죄 판결을 근거로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 2020년 3월 4676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수령했다.


2021년에는 A씨가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물고문을 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장애를 입었다는 이유로 A씨를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해 상이를 입은 자'로 인정하는 결정도 내려졌다.


그리고 A씨는 2021년 11월 국가배상법에 근거해 국가를 상대로 경찰의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손해 3억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1심은 "수사 과정에서의 물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해 A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이 명백하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앞서 받은 4676만원의 형사보상금도 공제하지 않았다. 비록 형사보상법 제6조 3항이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빼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A씨가 받은 형사보상은 계엄포고 위반 혐의로 구금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급된 것인 반면, 이 사건 위자료는 A씨에 대한 경찰의 고문 등 가혹행위 때문에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인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였다.


즉 형사보상법에서 손해배상액 산정시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을 공제하도록 한 것은 이중배상을 막자는 취지인데, A씨의 경우 서로 지급 원인이 달라 이중배상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2심은 1심보다 A씨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더 크게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받을 위자료를 1억6000만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이번 사안이 A씨가 받은 형사보상금을 공제해야 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급받을 손해배상액에서 형사보상금을 공제할 때 지연이자와 원본의 순서로 충당해 공제하는 원칙적인 경우와 달리 위자료 원본에서 형사보상금을 우선 공제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1억6000만원에서 4676만원을 공제한 1억1324만원을 국가가 배상해야 할 위자료 액수로 산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고인 A씨가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 국가만 항소한 사건에서 1심 판결을 피고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 1심의 1억원 배상 판결을 유지했다.


한편 2심에서 국가는 본안 전 항변으로 '신청인이 보상금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부마항쟁보상법 제32조 2항에 따라 이 사건 소송은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마항쟁보상법과 시행령의 관련 조항을 살펴봐도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고, 위원회가 보상금 등을 산정할 때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발견되지 않는다"라며 "정신적 손해와 무관한 보상금 등을 지급한 다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손해배상을 전제로 관련자를 신속히 구제하고 지급 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려는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거나 구금되는 등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적절한 배상을 받지 않았음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이 박탈됨으로써 발생하는 사익의 제한은 그 정도가 지나치게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를 들며 재판부는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부분은 부마항쟁보상법 제32조 2항에서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성립하는 재판상 화해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 부분은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에 따른 재판상 화해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 사건 소에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비춰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마항쟁보상법 제32조 2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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