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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국의 내수 부진과 쉽지 않은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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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변화로
성장률 회복에도 내수 회복 느려
물가·가계부채 부담에 금리정책도 신중

[논단]한국의 내수 부진과 쉽지 않은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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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지난해 2분기였던 모양이다. 우리 경제는 이제 회복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와 같은 1.3%로 집계됐다. 2021년 4분기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성장률 회복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수출이다.


내수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정부는 최근 내수경기도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반등은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 수출과 비교하면 회복 속도는 확실히 느리다. 4월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6%가 줄었다. 사실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한 소매 판매는 지난해 7월 이후로 올해 2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감소하고 있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물가가 뛰면서 자영업자들은 급등한 재료비와 공공요금에 맞춰 가격을 올리고 치솟은 물가에 놀란 서민들은 지갑을 닫는다. 악순환이다.

실제 영세 자영업의 상황은 오히려 지금 최악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9.5%를 기록했던 자영업 폐업률은 올해 들어서도 여전하다. 지난 1년 동안 줄어든 1인 자영업자는 11만4000명이었는데. 특히 외식업체의 폐업률은 지난해에 21%를 넘었다. 올해 1분기에 서울에서 문을 닫은 식당은 6000곳에 가깝다는 기록도 있다. 장사가 안되니 빚은 늘고 갚기는 어렵다. 1112조원의 자영업자 대출은 2019년 코로나19 발생 직전과 비교하면 51%가 늘어난 규모고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다.


부진한 내수와 최악의 자영업 경기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침 주요 국가들이 금리를 내리면서 통화정책을 전환하고 있기도 하다. 남미 신흥국부터 유럽과 캐나다 등의 선진국도 기준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었다. KDI도 미국의 금리 인하와 관계없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은행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우선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에 나설 조짐을 보이는 나라들과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그 나라들은 대개 환율이 절상되었거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환율 절하 폭이 작은 국가들이다. 연내 물가 목표치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아니다. 우리 돈 원화는 올해 가장 많이 가치가 떨어진 통화 중의 하나고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미국보다는 낮지만 둔화 폭이 완만하다. 자본유출과 수입 물가 상승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 부채에 대한 부담도 크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최근 두 달 동안만 1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부동산 PF 시장은 나아지겠지만 가계대출은 폭증할 수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잡아 놓고 금리를 내리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현재 우리의 내수 부진이 금리를 조금 낮춘다고 해서 활기를 되찾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지금의 내수 부진에는 경기 요인 말고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의 결과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으로 저축이 늘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데 소비 주축 계층의 고용 사정은 별로 좋지 않다. 주거비, 교육비 등의 증가로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면서 소비를 늘릴 만한 여유는 줄고 있기도 하다.


근로 시간 단축 등의 여건 변화도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고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옮겨간 소비 습관의 변화도 있다. 물론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저가공세는 어려움을 더한다.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예상 시점은 지연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일러도 4분기에나 가능하다. 부진한 내수에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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