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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배달플랫폼 '셀프 점검'…공정위 1년간 비공식 경고도 '0'건[배달앱의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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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무늬뿐인 공정위 자율 규제
1년간 비공식 경고 0건…분쟁조정협의회 조정도 0건
배달 플랫폼 '자가점검' 방식 "객관성·공정성 담보 어려워"

배달 플랫폼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자 정부도 배달 플랫폼 규제에 관한 논의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 기조에 맞춰 배달 플랫폼을 '자율규제'에 맡기겠다고 선언하고, 관련 방안을 마련했다. 2022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주도로 출범한 '배달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5개와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포함된 자율 기구에서 자율규제 방안 및 상생 방안을 제시하고 1년에 한 번씩 플랫폼사 이행 결과를 점검해 발표하기로 했다. 서비스 계약·변경·해지 시 입점업체에 한 달 전까지 변경 이유와 내용을 사전에 통지하는 등 불공정한 배달 플랫폼 약관(계약서)을 개선하는 것이 주된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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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 '자가 점검'…비공식 경고도 없었다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자율규제가 시행된 지난 1년간 공정위가 배달 플랫폼 5개를 대상으로 '비공식 경고'를 포함한 공식·비공식 조치를 한 적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배달 플랫폼이 합리적 이유 없이 자율규제 방안을 이행하지 않을 시 1차로 비공식 경고를 내리고, 그럼에도 이행하지 않을 시엔 미이행 사업자 현황과 내용 등을 대외 공표하게 돼 있다.


공정위는 서면조사 및 공식·비공식 만남으로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1차 점검을 진행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차 점검에 나섰으나 모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년간의 이행 결과를 바탕으로 배달 플랫폼 자율 기구에 속한 사업자 단체와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이해 당사자들과 의논해 평가했다"며 "5개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규제 방안을 대부분 잘 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배달플랫폼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배달플랫폼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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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배달 플랫폼들의 자율규제 이행 점검엔 절차상 허점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율기구 관계자 등 관련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두 차례 열린 자율규제 이행 평가는 배달 플랫폼 사업자가 '자가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정위가 배달 플랫폼 사업자에 '자율규제 체크리스트'를 전달하면 이를 각 플랫폼 사업자가 스스로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각 사업자 평가 결과를 취합해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공유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에는 이후 의견 개진의 기회가 주어졌다.


자율기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사실상 자율규제 이행사항을 점검하는 기관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공정위가 발표하는 보도자료와 비슷한 수준의 평가 결과지를 공유받는 정도였다"며 "지난 두 차례 참여한 만남에서도 내년도 상생 방안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을 뿐, 지난 1년간의 배달 플랫폼 이행 결과를 두고 평가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자율규제 평가 방식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평가 과정에서부터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절차상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에 결과를 공유했다고 하더라도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배달 플랫폼 시장으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이해 당사자가 배제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율규제 한계 명확…'수수료' 문제도 빠져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강제성이 없는 '협약'인 만큼 각 사업자의 자구 노력과 자정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데다, 배달 플랫폼의 경우 시장을 대표할 협회나 단체가 없어 자율규제가 더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금융기관이나 편의점엔 대표성을 띤 협회 및 단체가 있어 이들이 이견을 조율하고 취합해 자율규제가 잘 이행되도록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그러나 온라인 e커머스, 배달 플랫폼의 경우 중심적인 협회가 없어 스스로 협약을 지키거나 자정할 동기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배달플랫폼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사진=강진형 기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배달플랫폼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사진=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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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수수료' 문제가 상생 방안에 빠진 점도 결정적인 한계로 꼽힌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율규제 방안을 보면 플랫폼 사업자와 점주 간의 사적 다툼, 딱 그 정도를 해결하는 수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제가 되는 플랫폼 사의 과도한 비용 전가, 자사 우대 등은 자율규제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이는 일대일 분쟁이 아닌 공정 거래 질서에 관한 차원이므로 공정위가 바로 개입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글 싣는 순서
<1> 팔 수록 손해 보는 자영업자들
<2> 무료배달이 굴러가는 방식
<3> 이곳저곳서 터져 나오는 비명
<4> 그럼에도 '신규 요금제' 쓸 수밖에 없는 이유
<5> 무늬뿐인 공정위 자율 규제
<6> 전문가 제언: 배달 플랫폼 규제 방안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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