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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정치적 변종' 트럼프…어쩌면 '뉴 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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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4년 임기를 제한했던 워싱턴
민주·공화 양당 시작점에 있던 링컨
트럼프, 오늘날 美사회 이해하는 핵심
미국 이익 우선 전략 통하는 것일지

미국 프로야구(MLB) 워싱턴 내셔널스 홈경기에서는 4회 공수 교대 때 마스코트들의 흥미로운 달리기 대결을 볼 수 있다. 마스코트들은 전직 미국 대통령들의 얼굴을 형상화한 대형 마스크를 쓴 채 달려 흥미를 유발한다. 보통 1대 조지 워싱턴, 3대 토머스 제퍼슨,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경쟁한다.


‘미국은 왜’는 지금까지 40명이 넘는 미국 대통령 중 왜 하필 이들 4명이 달리기 대결을 하는지 설명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설명해주는 책인데 이들 네 명의 대통령이 오늘날 미국 역사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설명하는 책은 많지만 여느 책과 달리 흥미로운 소재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 쉽고 재미있게 썼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4명의 대통령 중 루스벨트를 제외한 세 명은 미국 달러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워싱턴은 1달러, 제퍼슨은 2달러, 링컨은 5달러 지폐에 얼굴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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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은 오늘날 미국 대통령제를 확립한 인물이다. 만장일치로 초대 대통령에 선출된 뒤 다시 만장일치로 재선 대통령이 되고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 오늘날 4년 중임제의 틀을 확립했다. 워싱턴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국부’로 평가받는다. 제퍼슨은 전쟁으로 정신없던 프랑스의 나폴레옹으로부터 루이지애나 땅을 헐값에 매입해 미국의 국력을 크게 키웠다. 당시 루이지애나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루이지애나주가 아니다. 오늘날 미 중부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땅이었다. 오늘날 서유럽 전체 크기와 맞먹는 규모였고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미국은 영토 크기를 두 배로 넓혔다.

남북전쟁(1861~1865)은 미국 역사의 운명을 가른 큰 사건이었다. 링컨은 그 남북전쟁의 핵심 인물이었다. 남북전쟁은 미국이 농업에 기반한 분권형 국가로 발전할 것인지, 제조업 기반의 자본주의 국가로 발전할 것인지 운명을 갈랐다. 또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체제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북부가 승리하면서 미국은 제조업 국가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일굴 수 있었다.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부터 1895년까지 30년 동안 미국 경제는 연평균 15% 성장률을 달성했다.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만든 1961년부터 1981년부터 20년 동안 달성한 연평균 경제성장률 10%보다 훨씬 높았다. ‘라인강의 기적’ 시기 독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8%였다. 이 때문에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승리하면서 미국이 자본주의 공화국으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인 순간보다 중요한 순간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남북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150년 넘게 당명을 유지하며 양당 정치의 표본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념적으로는 변화를 보였다.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며 1860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링컨은 공화당 출신이었다. 남북전쟁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북부의 승리로 끝났고 북부는 공화당의 텃밭이 됐다. 반면에 패한 남부에서는 흑인을 배제한 백인들만의 민주당이 사실상 일당 독재를 했다. 남북전쟁 이후 오랫동안 공화당은 북부 정당, 민주당은 남부 정당으로 인식됐다.

남북전쟁 이후 오랫동안 공화당을 지지하던 흑인들이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 계기는 1960년대 흑인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는 민권운동을 민주당이 수용하면서부터다.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흑인이 민주당으로 돌아서자 공화당은 이른바 남부 전략(Southern strategy)으로 민주당 지지층인 남부 백인 표 공략에 나섰고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거치면서 낙태 반대, 이민 제한, 공립학교 기도 부활 등 보수 색채를 선명하게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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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새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관심을 받은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는 오늘날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때로 일개 시정잡배와 같은 행태를 보이는 트럼프가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사실 아무도 그의 당선을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유색 인종들에 자신의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중산층 백인 남성들의 심리를 공략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재임 중 두 번이나 탄핵 소추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그런 트럼프를 미 국민들은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선택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트럼프의 선거 전략이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경찰국가란 기치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입장은 트럼프와 동일하다. 따라서 글쓴이는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정치적 변종이 아니라 뉴 노멀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미국의 오래된 가치 ‘고립주의’와도 연결돼 있다. 넓은 국토를 가진 데다 유럽과 달리 국경을 접한 국가들이 적은 미국은 애초 국제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의 문제에만 집중하는 고립주의를 중시했다. 글쓴이는 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구대륙, 즉 유럽의 세력 다툼에 휩쓸리지 않고 신대륙에서 따로 지내려는 ‘은둔형 외톨이’ 성향이 컸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1차 세계대전에도 마지 못해 뒤늦게 참전했다. 2차 대전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다만 미국 영토가 직접 공격을 받았고 이는 미국이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계기가 됐다.


그랬던 미국이 다시 자국 문제에 집중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는 만큼 우리도 미국에 대한 시선을 달리 해야 할 때다.


미국은 왜 | 이성대 지음 | 부키 | 312쪽 | 1만9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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