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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전지 보관 소홀 등 예견된 참사…제2의 화성 공장 사고 또 생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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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학물질, 안전 보관 소홀
일차전지, 화재시 연쇄폭발 우려
D급 소화기 부재로 초기 진압 난항
소화약제 승인 기준 마련해야

23명의 사망자를 낸 화성 화재는 리튬 배터리인 일차전지의 허술한 관리와 안전장치 부재로 빚어진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차전지는 발화시 연쇄 폭발 위험이 있지만, 별도의 관리 기준 없이 보관돼 피해를 키웠다. 더욱이 금속 화재를 진압할 전용 소화기가 없어 초기 화재를 진압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관리 사각지대와 안전장치 개선이 없다면 제2의 화성 화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방청은 25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배터리셀을 모아놓은 곳에서 작은 불꽃과 함께 연기가 발생했다"며 화재 경위를 설명했다. 전날 오전 10시 31분께 경기 화성시 소재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불은 이날 오전 8시 48분에 완진됐다. 불이 난지 22시간여 만이다. 이번 사고로 23명이 숨졌으며 중상 2명, 경상 6명 등 총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5일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25일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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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전지,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별도 안전 보관 기준 없어

전문가들은 리튬의 특성이 화재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리튬은 열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 고온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과 함께 화재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번 화재도 리튬 배터리 1개에 붙은 불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연쇄 폭발이 발생해 다수의 피해자가 변을 당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 일차전지의 경우 외부 충격으로 온도가 올라가 화재가 발생하면 불이 다른 배터리에 번져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리튬과 같은 가연성 금속이 원인인 금속화재는 소방수를 분사하는 일반적인 진화 방식으로는 불을 끄기 어렵다. 겉보기에는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나 내부에서 1000도 이상의 열이 발생해 다시 불꽃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소방 당국도 화재 진화 방식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당국은 마른 모래를 활용한 진화 방식을 검토했으나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이 소량인 것으로 확인해 물을 활용한 진압 방식을 사용했다.


이처럼 일차전지는 화재 발생 시 연쇄 폭발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데도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별도의 안전 기준 없이 보관되고 있다. 일차전지는 전지를 고의로 분해하는 등 외부 충격을 가하지 않으면 화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반면 유해화학물질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 규정 고시'에 따라 물질을 쌓아둘 경우 고온으로 상승하지 못하게끔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돼 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리튬의 경우 제3류 위험물로 분류돼 보관 기준이 마련돼있으나 일차전지처럼 위험물이 제품에 일부 들어간 물질의 경우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되지 않는다"며 "제2의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위험물이 들어간 일반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안전 관리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의 화재 현장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준비한 채 대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의 화재 현장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준비한 채 대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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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 개발 기준 부재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안전장치가 없었다는 점도 참사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소방청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화재 발생 초기 소화기를 사용했으나 화재 진압에 실패했다. 리튬 등 가연성 금속류가 원인이 되는 금속화재의 경우 일반화재에 쓰이는 ABC 분말 소화기로는 화재를 진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금속화재용 소화기를 사용해야 초기에 화재를 손쉽게 진압할 수 있다.


그러나 금속화재의 경우 소화약제에 대한 형식승인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아 분말소화기 개발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소방청 고시인 '소화기의 형식승인 및 검정기술'은 일반화재(A급), 유류화재(B급), 전기화재(C급), 주방화재(K급) 등 4가지 화재에 한해서 소화약제 형식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D급 소화기 대다수는 화재 진압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소화기들이다.


전문가는 최근 리튬을 사용한 배터리 개발이 활발해지는 만큼 화재 재발을 대비해 소화기 개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금속화재에 ABC 분말 소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마치 복통에 감기약을 복용하는 꼴"이라며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차에도 같은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에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 발생 시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도록 소화약제 개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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