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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토피아]고개드는 전력수급기본계획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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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념 도구화 등 문제 있지만
韓 안정적 전력 공급에 큰 역할
장점 살리며 시대 변화 맞춰야

[에너지토피아]고개드는 전력수급기본계획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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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긴급 토론회. 행사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 모임 ‘비상’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소영 의원의 개회사 첫마디였다. 전기본의 내용을 넘어 전기본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를 하러 나온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정 교수는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의 총괄 위원장을 맡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진 발표에서 그는 "100여명의 위원이 18개월간 기를 쓰고 활동했는데 의원님의 말을 들으면 상처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행사 제목은 토론회였지만 실제로는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전기본 토론회는 26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주최로 또 한 번 열렸다.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기후솔루션, 플랜1.5 등 환경단체들은 전기본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고, 야당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어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가 확대되고 있는 점, 아직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나 안정성·주민 수용성 등에서 문제가 있는 원전의 비중이 확대된 점 등도 문제로 삼고 있다.

정부와 실무안 작성에 참여했던 위원들은 태양광·풍력 설비용량이 2022년 23기가와트(GW)에서 2030년 72GW로 3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수소 등 무탄소 전원 기술 도입 이전까지 석탄 화력에 비해 탄소 배출이 적은 LNG 발전을 한시적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전기차의 확산 등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돼 원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기본의 내용을 둘러싼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전기본 자체가 이제 생명을 다했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국가가 주도해 전력 수급계획을 세우는 곳은 멕시코와 한국이 유일하다"며 "이제 아웃룩(장기 전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큰 전망만 제시하고 전력 공급을 시장 기능에 맡기자는 것이다.


현재 전기본 수립 방식에 대해서는 학계와 전문가들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중앙계획적인 전기본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으나 8차(탈원전), 9차(탈석탄)를 거치며 전기본이 정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번 11차 전기본도 야당에서는 ‘원전 확대를 위한 명분 만들기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실무안 참여 위원들은 "정부의 개입이나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간 발전 사업자들의 숫자도 많아졌고 다양한 변수로 미래 전력 수요를 예측하기도 어려워졌다는 점도 전기본의 한계로 지적된다.


전기본이 비록 최근 변질하긴 했지만 한순간에 아웃룩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도 전기본의 역할이 컸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전기본은 해외에 수출해도 될 정도로 지식재산으로 매우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전기본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전력 계획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희종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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