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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가해자 아니다" 주장하던 남성…판결문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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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고소…수임료 초과분 성폭력상담소 기부"
판결문에는 이름 떡하니…해명 요구에도 '침묵'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하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이 남성의 이름이 적힌 당시 판결문이 나왔다.


"두 딸 보며 눈물" 임모씨,
범죄·수사경력회보서 공개하며 '결백 호소'
밀양 집단 성폭행사건 가해자 가운데 한명으로 지목된 임모씨가 공개한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 [이미지출처=임모씨 블로그]

밀양 집단 성폭행사건 가해자 가운데 한명으로 지목된 임모씨가 공개한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 [이미지출처=임모씨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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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한 외제 차 공식 판매원으로 근무하는 임모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밀양의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자로 오해받고 있어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임씨는 "(결백을) 증명하고자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첨부한다"며 "범죄·수사경력회보서는 실효된 형을 모두 포함하며 제출이나 게시했을 때 징역 2년 이하의 벌금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형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공개한 범죄·수사경력회보서에는 그의 이름과 1986년으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조회 결과 해당 자료 없음'이라는 정보가 적혀 있었다. 발급 날짜는 지난 24일이다. 범죄경력회보서에는 즉결심판을 제외한 모든 전과가 기재된다. 여기에는 기소유예, 집행유예 등을 비롯해 소년법에 따른 제1호~4호 처분도 포함된다.

임씨는 "이번 일로 인해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제가 원망스러웠다"며 "'아빠'하고 뛰어나오는 두 딸을 보면 계속 눈물이 났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때마다 가족들, 친구들, 선후배님들 모두 큰 힘이 돼줬다"며 "심지어 회보서를 조회해 주시는 담당 경찰관도 힘내라며 제 등을 토닥여주셨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임씨는 "저와 가족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근거 없는 루머와 악성 댓글에 대해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저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변호사 수임료를 초과하는 벌금에 대해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기부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판결문 공개되자 '입 꾹'
범죄·수사경력회보서 실효성 여부 도마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판결문. 결백을 호소한 임모씨와 같은 이름이 피의자란에 적혀 있다.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판결문. 결백을 호소한 임모씨와 같은 이름이 피의자란에 적혀 있다.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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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임씨의 노력은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판결문 일부가 공개되자 모두 수포가 되었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피의자 임○○(임씨와 같은 이름)는 2004년 5월 3일 생일 파티를 구실로 피해자 등을 밀양으로 부른 후 겁을 주는 등 위력으로", "XX 공원에서 인적이 드문 원두막 부근 땅바닥에 피해자를 눕히고 옷을 벗긴 후 위력으로 1회 간음하고"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판결문 일부가 공개되며 그의 결백 주장이 뒤집힌 상황이지만, 그 뒤 임씨는 어떤 반응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를 지켜본 누리꾼들은 "잘 가세요. 멀리 안 나갑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딸들까지 운운하네", "판결문에 이름 떡하니 있는데 본인이 아니라니", "다음엔 기억상실이었다고 변명하려나"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임씨가 공개한 범죄경력회보서의 실효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누리꾼이 "범죄·수사경력회보서는 10년이 지나면 삭제돼 의미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론적으로도, 임씨의 사례에서도 이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형의 실효)를 보면 3년을 초과하는 징역·금고에 대해서는 10년, 3년 이하의 징역·금고는 5년, 벌금에 대해서는 2년이 지나면 기록이 삭제된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역시 발생한 지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임씨가 실제 수사받은 이력이 있더라도 현 상태에서 기록은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이다.


밀양 사건에 이제야 고개 숙인 지자체
법원·검·경·교육기관은 대국민 사과 불참
안병구 밀양시장, 종교·시민단체 등 지역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경남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안병구 밀양시장, 종교·시민단체 등 지역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경남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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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지역 중학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해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했다.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이달 초부터 온라인 공간에 가해자들 신상이 공개되면서 재주목받았다.


지난 25일 안병구 밀양시장과 시의회, 밀양지역 80여개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사건 피해자와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다. 안 시장은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음에도 '나와 우리 가족, 내 친구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하지 못했다"라며 "피해자와 가족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지역사회의 반성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밀양 지역 법원·검찰·경찰·교육 기관들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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