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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삶의 마지막을 위한 '애도의 문장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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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오백 년 전 흑사병이 대륙을 휩쓸고 공포가 약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때,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는 '결국 중요한 것은 나답게 사는 일이며 철학은 죽기를 배우는 일'이라고 했다. <애도의 문장들>의 저자 김이경 작가가 오랫동안 마지막을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배운 가장 큰 앎은, 삶은 설령 무의미하다 해도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의미는 인간의 일이나 삶은 자연의 일이다. 죽음은 인간의 교만을 벗기고 자연 앞에 서게 한다. 그리하여 한없이 겸허하게 삶의 소중함을 받아들이게 한다. 글자 수 975자.
[하루천자]삶의 마지막을 위한 '애도의 문장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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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귀는 것이든 공부를 하는 것이든, 뭐든 처음은 어렵다. 궁금하고 알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막막하다. 20년 전쯤 처음 죽음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때 내가 그랬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같은 공부 모임이 있는 줄도 모르고 혼자 끙끙대면서 제목에 '죽음'이 들어가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요즘은 웰다잉 교육도 많고 죽음학을 공부하는 이들도 늘어서 전보다는 접근이 쉽다. 그래도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는 이들이 있을까 봐 읽을 만한 책 몇 권을 소개한다. 지금도 계속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고 있으니 이 목록은 그저 참고용일 뿐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죽음에 관심이 생겼다고 해도 막상 책을 읽는 건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많다. 아무래도 무거운 주제니까. 이런 초심자들의 경우, 죽음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이나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적어 내려간 에세이 같은 책부터 읽으면 좋을 터다.

대표적인 것이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이종인 옮김, 흐름출판, 2016)다. 우리나라에서도 죽음 관련서로는 드물게 인기를 얻은 책이다. 서정적인 제목과 젊은 외과 의사의 마지막 기록이라는 애달픈 사연, 거기에 죽음으로 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면서 감동적으로 그려낸 문장이 어우러져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정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의학적 전문성도 담겨 있어서 초심자가 읽기에 썩 좋다.

죽음에 관한 문학이라고 하면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작가와 지식인들이 죽음을 이야기했지만, 톨스토이처럼 정직하고 집요하게 이 주제를 다룬 이는 드물다. 죽음의 문장들에서 흔히 보이는 추상, 과장, 허영이 그의 문장에는 없다. 대표적인 것이 <안나 카레니나>(1877)와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이다. 전자는 죽는 자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으로, 후자는 죽어가는 자의 내부의 시선으로 죽음을 기록했는데, 오래된 책이지만 지금도 이만한 작품을 찾기가 힘들다.


-김이경, <애도의 문장들>, 서해문집,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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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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