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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권력 중심에 선 극우, 웃었다…최대 승자와 패자 살펴보니[글로벌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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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선 1차투표서 극우 RN, 제1당 예약

"모든 프랑스 국민의 총리가 되겠다. 헌법과 대통령을 존중하면서도 우리가 시행할 정책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동거(cohabitation)’ 총리가 되겠다."


프랑스 조기총선 1차 투표 출구조사에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압승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밤, 단상 위에 오른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의 연설은 ‘비주류의 승리 선언’ 그 자체였다. 프랑스 정치권에서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 분류됐던 극우정당 RN이 1972년 창당 후 처음으로 제1당 자리를 예약하며 의회 권력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의원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의원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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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승자는 ‘극우’…르펜·바르델라 웃었다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해 집권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기존 RN의 의석은 89석에 불과하지만,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번 총선 1차투표 출구조사를 기반으로 RN이 230~280석(입소스), 255~295석(ELABE)가량 차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RN은 이 기세를 몰아 오는 7일 2차 결선 투표에서 의회 과반을 확보하고, 사상 최초로 총리까지 배출하겠다는 각오다. 극우 득세를 막고자 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깜짝 ‘조기총선’ 카드가 결국 극우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프랑스 권력 중심에 선 극우, 웃었다…최대 승자와 패자 살펴보니[글로벌포커스] 원본보기 아이콘

RN의 실질적 지도자이자 2027년 대선 후보로 나설 르펜 의원은 현재까지 조기총선의 최대 승자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무려 58% 득표율로 재선을 확정지은 르펜 의원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를 듣고 팔을 활짝 벌리며 웃었다. 폴리티코 유럽은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끝났다"면서 "마린 르펜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이번 프랑스 선거 결과가 르펜, 마크롱 등에게 의미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도 "RN이 7월7일 2차 투표에서 승리하든 아니든, 르펜은 2027년 당을 이끌고 프랑스 대통령에 도전할 최고의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승자는 사상 첫 20대 총리 타이틀을 눈앞에 둔 바르델라 대표다. ‘극우 간판’ 르펜 의원의 정치적 후계자인 그는 이번 2차 투표에서 RN이 의회 과반을 차지할 경우 차기 프랑스 총리로 오르게 된다. 이 경우 현 가브리엘 아탈 총리에 이어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 기록도 갈아치울 전망이다.


주요 외신들은 최근 몇 년간 RN의 지지율이 급등한 배경 중 하나로 ‘극우의 새 얼굴’이 된 바르델라 대표의 인기를 꼽기도 한다. 호감형 외모에 온화한 말투, 활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앞세운 그는 기성 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반이민 정서를 파고들며 극우 정당의 이미지를 탈바꿈시켰다.

'극우 새얼굴'이 된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RN) 대표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극우 새얼굴'이 된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RN) 대표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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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 연구소의 브루노 코트레 정치분석가는 "RN의 (주류에서 비주류로 가는) 해독절차가 마지막 단계에 있다"면서 "유럽의회 선거에서 세 차례 연속 승리했고 르펜 의원은 두 번이나 대선 2차 본선에 진출했다. 이들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이제 ‘주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좌파연합 소속으로 출마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르펜과 바르델라가 이미 국가 최고직에 있는 것처럼 연설한 것을 봤느냐"라며 "대통령은 지워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구타당한 마크롱, 극좌와 손 잡을까

반면 조기 총선 1차 투표의 최대 패자는 단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집권 여당 르네상스다. 극우정당에 패배 굴욕을 안은 유럽의회 선거의 후유증이 채가시기도 전에 또 한 번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르네상스, 호라이즌스 등 현재 250석 규모인 앙상블 연합의 의석은 100석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극우 또는 극좌의 승리는 ‘내전(civil war)’을 촉발할 수 있다"는 노골적 경고조차 통하지 않은 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르투케의 한 투표소에서 총선 1차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르투케의 한 투표소에서 총선 1차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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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마크롱 대통령은 7월7일 2차 투표를 앞두고 ‘극우냐’ ‘극좌냐’라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 상태다. RN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많은 지역구에서 극좌 급진주의자를 포함한 2위 좌파연합과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야만 하는 상황이어서다.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이날 밤 짧은 성명 외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폴리티코 유럽은 "마크롱 대통령은 구타당하고 멍들었다"면서 "이날 밤 기자회견에 그가 아닌 아탈 총리가 나온 것은 현명한 행보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각 정당은 1차 선거 후 48시간 내인 2일 저녁까지 2차 투표 후보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중도연합 측에선 좌파연합과 손잡고 극우 RN의 의석을 줄이고자 하되, 좌파연합 내에서도 극좌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논외로 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LFI의 강력한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주요 외신들은 현재 마크롱 대통령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의회 교착’ ‘권한 없는 임시 총리’ 수준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RN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헝 의회(Hung Parliament)’ 상황에서 극우 총리가 아닌 임시 총리로 정국을 이끄는 구도를 가리킨다. 다만 이 경우 정치적 포퓰리즘은 한층 심화할 수밖에 없다. 유로뉴스는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연정마저 구성되지 않을 경우 교착 상태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는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사태이기에 프랑스를 미지의 영역에 빠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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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좌파 공약 보니 "경제에 위험, EU정책 급전환"

현지에서는 경제부터 정치외교까지 주요 정책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상태다. 당장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주요 외교 정책에서 프랑스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친기업·친유럽연합(EU)적인 마크롱표 정책도 상당수 후퇴할 전망이다.


비즈니스연맹인 MEDEF의 패트릭 마틴 대표는 극우와 좌파연합의 공약 모두 "경제에 위험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올리비에 블랑차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강경좌파의 세금 및 지출정책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반면, 극우의 정책은 ‘논리나 일관성이 없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비유했다.


추산 득표율 1위를 달리고 있는 RN은 국경통제 강화, 속지주의 폐지 등 강경 이민정책 외에도 에너지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율을 기존 20%에서 5.5%로 낮추고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개혁을 폐지하기로 했다. 좌파연합 역시 연금개혁 폐지, 최저임금 인상, 부유층 감세 폐지 등 대규모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공약을 앞세운 상태다. 이미 프랑스가 과도한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음을 고려할 때 각종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며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주요 외신은 프랑스 총선을 계기로 유로화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전했다.


대외 정책면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바르델라 대표는 이미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서 장거리 미사일은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마크롱 행정부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기조와도 어긋난다. 마크롱 대통령이 주장해온 EU 자체적 방위능력 강화를 비롯해 블록 내 자본시장 연합, EU 회원국 확대 등의 개혁 조치도 힘을 잃을 전망이다. 현재 극좌 진영 일각에서는 프랑스의 EU 탈퇴 주장마저도 확인된다. 전략연구재단의 프랑수아 헤스부르 연구원은 "극단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정부는 프랑스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혼란을 야기해 최악의 경우 프랑스의 대외입지를 약화하고 나토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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