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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아서 번스와 중앙은행의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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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경제금융부 차장

이창환 경제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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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의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안 현지의 많은 언론과 경제학자들이 아서 번스 전 Fed 의장을 소환했다. 대체적으로 파월이 번스의 실수를 반복할까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번스는 1970년부터 1978년까지 Fed 의장을 지내면서 물가와의 싸움에서 대패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미국의 물가는 연간 12.4%까지 급등했고 많은 국민들은 고통받았다. 이로 인해 의장에서 물러난 지 50여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역대 최악의 미국 중앙은행 수장이라 평가받는다.

번스는 단순히 물가를 잡지 못한 것뿐 아니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을 받았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참모 출신이기도 한 그는 닉슨의 재선을 돕기 위해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최악의 결정을 했다. 그로 인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그의 실패 이후 미국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번스는 한국에서도 잊을 만하면 다시 언급된다. 특히 정부나 정치권이 한국은행에 노골적인 통화정책 방향 변경을 요구할 때 자주 등장한다.


최근 번스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을 향한 정치권의 조기 금리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국민들이 힘들어 하자 여러 정치인들이 한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주 한 방송에 출연해 "물가 상승률이 안정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정치인들 역시 한은을 향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회의에 한은 고위직 인사를 불러서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된 질의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는 중앙은행을 향한 정치인의 단골 요구사항이다. 과도한 이자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는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스의 사례처럼 적절하지 못한 시점의 금리 인하는 겨우 안정돼 가는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어 위험하다. 매우 약해진 원화가치를 더 끌어내려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 한은은 기준금리는 한은이 독립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여러 의견을 경청은 하되 기준금리는 7인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들이 논의해서 알아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의 이런 반응에도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늘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정치권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보다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원인 중에 하나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한때 연중 최저치를 찍은 것도 이 같은 시각을 반영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정치권의 요구로부터 얼마만큼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7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한은의 독립성은 또다시 평가받을 예정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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