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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가면 '사택·수당' 준다는 정부…의료계 "지금도 급여 많은데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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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역 병원 5년 이상 장기 근무 시 수당 및 사택 제공"
의사 "지금도 급여 많은 지역의료원 안 가, 근본 원인 고려해야"

정부가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전문의들에게 추가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의료계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 산청보건의료원. 이 곳은 지난해 연봉 3억6000만원을 내걸고 무려 5회에 걸쳐 공고한 끝에 1년 만에야 내과전문의를 구할 수 있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남 산청군 산청보건의료원. 이 곳은 지난해 연봉 3억6000만원을 내걸고 무려 5회에 걸쳐 공고한 끝에 1년 만에야 내과전문의를 구할 수 있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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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최대 500명의 지역필수의사를 뽑기 위한 예산 편성이 준비되고 있다. 전문의가 2차 병원 이상급의 지역 의료기관과 5~10년 근속 계약을 맺으면 수당·정착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정액제 수당을 검토하는 가운데 지원 규모는 월 500만원 언저리가 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 정책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확대로 늘어난 의사가 지역·필수 분야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라며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의사가 자부심을 가지고 지역에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소득과 정주 여건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지역의료기관에서 3~4억원 수준의 연봉을 제시해도 근무 환경과 거주 여건 등으로 구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500만원 수준의 추가 수당으로 지역에 장기 근무할 의사는 현실적으로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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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한 지역 의료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봉직의 A씨는 "뭘 하면 얼마를 더 주겠다 식의 지원으론 전문의들이 지역에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지역에 있는 의사들이 돈 때문에 가 있지 않다. 사명감 혹은 해당 지역에 대한 애정을 통해 내려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방안으로 몇몇 의사들이 지방에 내려가더라도 결국 수개월 내에 도시로 돌아올 것"이라며 "왜 의사들이 지금도 훨씬 많은 급여를 제시하는 지역병원에 가지 않으려 하는지, 근본적 원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봉직의 B씨도 "의사뿐 아니라 사람들이 갈수록 대도시에 살려는 욕구가 크지 않나. 은퇴한 노인 의사들이면 몰라도 30~40대 의사들이 지역에 더 내려갈 것 같진 않다"며 "5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자녀 교육이나 생활 인프라 등을 고려하면 내려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5년 이상 장기가 아니라 1~2년 단기 근무가 가능하다면 개인 상황에 따라 내려갔다 오고자 하는 이들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지역 병원들은 의사 구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은 연봉 3억6000만원을 내걸고 무려 5회에 걸쳐 공고한 끝에 1년 만에야 내과 전문의를 구할 수 있었다.

단양 군립 보건의료원은 개원을 앞두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구인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이곳은 당초 지난해 11월 연봉 3억8400만 원으로 공고를 냈고, 2차와 3차 모집에선 연봉을 4억320만원으로 상향했지만, 채용은 연달아 불발된 바 있다. 결국 4차 공고에서 연봉 4억2240만원에 아파트와 별장을 제공한다는 파격 조건을 내건 후에야 채용에 성공했다.


높은 연봉에도 구인이 쉽지 않은 이유는 근무 환경과 자녀 교육 환경이 좋지 않은 것으로 꼽힌다. 한 지역 의료원에서 근무했다던 개원의 C씨는 "담당 의사가 두 명뿐이라 사실상 24시간 병원에 매여있었다. 시내에 물건을 사러 나가는 것도, 퇴근 후 맥주 한캔 마시는 것도 언제 급한 연락이 올지 몰라 쉽게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 교육을 위해 혼자 지역에 내려와 사택에 살았던 것도 힘든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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