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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엔씨소프트 분사가 공감 받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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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 혹은 리니지의 아성을 누가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란 물음에 뚜렷한 답을 대놓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브랜드 평판에서도, 시가총액에서도 엔씨는 경쟁사에 밀리며 사실상 ‘국내 1등 게임사’란 지위를 잃어버렸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분사’라는 초강수까지 뒀다.


사내엔 분사 반대 기류가 뚜렷하다. 지난달 초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가 온·오프라인 설명회에서 분사를 공식화한 이후 한달 동안 노조원 숫자가 400명가량 늘었다고 한다. 현재 엔씨 노조원은 1700여명에 이른다. 엔씨의 전체 직원수가 5000명이 조금 안되니 3분의1이 노조원인 셈이다. 이들은 신설 법인으로 전환배치되면 근로계약이 변경되고 고용승계가 불투명해 정리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송가람 엔씨 노조(우주정복)지회장은 최근 "분사 공시 이후 직원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 "효율화, 투명화 그리고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해고 목적으로 하는 분사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분사와 관련한 향후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다. 단체행동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하니, 파업 등 쟁의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엔씨가 이 같은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분사 카드를 꺼내야만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계속되는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해선 직원수를 줄이는 것만큼 검증되고 효율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엔씨는 최근 몇 년 간 실적 악화로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감소 현상이 이어졌고 최고 기대작이었던 ‘쓰론 앤 리버티(TL)’가 사실상 흥행에 실패하면서 실적 부진이 뒤따랐다.


회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 공감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그 시도와 노력도 의미가 생긴다.

박 공동대표는 설명회에서 "엔씨는 매출 2조 원대의 기업으로 압축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조직과 인원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엔데믹 이후 게임산업 전반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주력 장르인 MMORPG의 시장 경쟁 격화로 더욱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원인을 외부 상황과 높은 인건비에서 찾았다.


엔씨는 오랜기간 창업주 김택진 대표와 그의 아내 윤송이 사장, 김 대표의 동생 김택헌 부사장 등 3명이 회사 경영을 도맡아왔다. 사실상 ‘가족경영’ 체제였다. 윤 사장이 이끌었던 엔씨웨스트는 2015년 2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20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후 적자와 흑자를 오가며 10년간 28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김 부사장 역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겠다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클렙의 대표를 맡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회사를 매각했다. 다른 기업이라면 자리를 보전키 어렵다. 지금은 윤 사장과 김 부사장의 보직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고위직에 머물러 있다.


엔씨 노조 설립 선언문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가족경영에 기반을 둔 수직 관료적 문화는 실패와 악덕을 덮었고, 그 책임과 피해를 사우에게 전가했다."


[기자수첩] 엔씨소프트 분사가 공감 받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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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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