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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뜨거운 지구와 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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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실존적 위협' 기후 경고음 곳곳에
"책임 미루는 사이 영향은 전 인류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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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1.5도에 도달하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인류의 유일한 실존적 위협은 기후변화입니다."(바이든 미국 대통령)


최근 '1.5도'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시작은 지난달 21일 서울을 덮친 올해 첫 열대야 때였다. 근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후 117년 만에 가장 빨리 찾아온 열대야였다. 숨이 턱 막히는 후텁지근한 공기에 올라가는 체온. 체온은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다. 보통 정상 체온으로 보는 36.5도에서 1.5도만 높아져도 38도, 명백한 발열 상태가 된다. 낮에는 더하다. 지난달 폭염 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는 전국 2.8일로, 1973년 전국 기상 관측 개시 이후 6월 최다 폭염 일수(직전 2020년 1.9일) 기록을 다시 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위에 체온이 올라가 어지럼증, 구토 등을 발생시키는 온열질환에 걸린 이들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의 지난 30년간 폭염 일수 증가율은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곡선을 그렸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가 도쿄와 런던, 마닐라, 카이로, 파리, 베이징, 방콕 등 인구집중 주요 도시 2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폭염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무더위 증가세는 7360%에 달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3440%), 자카르타(3200%) 등을 압도하는 수치다. 주말 사이 장마가 시작되면서 무더위가 한풀 꺾였지만, 곧 찾아올 한여름 폭염이 벌써 걱정이다. 일부 전문가는 장마가 끝난 후 서울에 40도가 넘는 역대급 더위가 덮칠 것이라고 전망한 상태다.


경고음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인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는 지난 4월부터 37~48도의 폭염이 나타났다. 인도는 5월 중순부터 최고 50도를 기록하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선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대서양을 건너온 거대한 먼지구름이 기승을 부리며 폭염을 부추겼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5년(2024~2028년) 안에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은 상태를 최소 한 번 넘어설 확률이 8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기온 상승폭 제한 기준이다. 지난해 지구는 이미 '+1.45도'로 역대 가장 더웠던 것으로 기록됐다. 이렇게 인류는 유일한 실존적 위협인 '뜨거운 지구'로 빠르게 향해가고 있다.


전 지구적 대응을 강화해도 모자랄 상황이지만, 주요 기업과 국가의 움직임은 우려스럽다. 영국 비영리 싱크탱크 카본트래커는 지난 3월 세계 25대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상장기업의 기후목표 실천 상태를 평가한 결과 파리협정의 지구 온난화 억제 목표에 부응하는 기업은 전무했다고 밝혔다. 세계 2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오는 11월 치르는 대선 역시 기후 문제에 중요한 변수가 됐다. 결과에 따라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인류의 공동 대응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한 파리협정에서 또다시 탈퇴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첫 대선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파리협정 탈퇴를 결정한 데 대해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은 (기후 위기에) 아무런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며 "1조달러에 달하는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책임을 미루는 사이에도 지구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 경고음은 매년 보다 강도 높게 울리고 있다. 이를 귀담아듣지 않은 대가는 서울의 잠 못 드는 밤으로, 미국과 인도의 폭염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이상 기후로 전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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