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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이야기]민간인 첫 탑승…TA-50의 질주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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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제1전투비행단 비행훈련 체험기
활주로서 순간 속도 200㎞로 질주

6ㆍ25전쟁 발발 당시 우리 공군은 단 1대의 전투기도 없었다. 22대의 연습기와 연락기가 전부였다. 첫 국산 비행기를 만든 것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이다. 공군기술학교 정비교육대 교관들이 미국산 연락기의 엔진과 프로펠러 등 부품으로 ‘국산 비행기’인 ‘부활호’를 만들었다. 70년이 흘렀다. 이제는 전투기뿐만 아니라 훈련기까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훈련기를 타야 한다. 입문(KT-100)부터 기본(KT-1), 고등(T-50), 전술입문(TA-50)까지 2년 내 모든 훈련기를 소화해 내야 한다. 이들 훈련기는 전부 국산이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첫 부대에 배치되기 전에 마지막 관문으로 불리는 전술입문기(TA-50)를 타기 위해 전라도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공군 제1전투비행단을 찾았다.


본지 기자가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고등훈련기 TA-50 블록(Block) 2에 탑승해 ‘하이택싱(hi-taxing)’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본지 기자가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고등훈련기 TA-50 블록(Block) 2에 탑승해 ‘하이택싱(hi-taxing)’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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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단에는 곳곳에 구호가 붙어 있었다. ‘퍼스트 앤 베스트(First and Best)’. 조국 수호에 퍼스트, 임무 수행에 베스트란 의미다. 공중에는 각종 훈련기가 굉음을 내며 상공을 날아올랐다. 공군 부대임을 실감케 했다. 이날 훈련은 ‘하이택싱(hi-taxing)’. 전투기가 3km 활주로를 이륙하기 직전인 시속 200㎞로 내달리는 훈련이다. 군 관계자는 긴장한 기자에게 “TA-50 블록(Block) 2에 탑승하는 첫 민간인”이라며 치켜세웠다.

TA-50 블록- 2는 공군이 지난해부터 도입한 기종이다. 함정은 성능 개량된 모델을 배치(Batch)라고 사용하지만, 지상무기, 전투기, 유도탄 등은 블록이라고 한다. TA-50 블록-2는 최신 훈련기로 정밀유도폭탄(JDAM) 운용 능력과 야간투시장치 사용에 적합한 조명 장치를 장착해 야간비행 능력이 강화됐다. 레이더경보수신기, 전자전탄살포기(CMDS) 등을 통해 적의 공격으로부터 항공기 자체 보호 능력도 키웠다.


전투기 조종사는 중력 11배까지 이겨내야

전투기에 탑승하기 전 항공 장비실을 찾았다. 장비실에서 전투기 조종복, 좌석과 조종사의 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하네스, 생환 조끼, G 슈트(Anti-G suit)를 모두 착용했다. G 슈트는 하중을 견디기 위한 전투기 조종사의 옷이다. 일반인들이 지상에 서 있을 때 느끼는 중력의 하중은 1G이며, 놀이공원의 바이킹 같은 속도감 있는 놀이기구를 탈 때 느끼는 중력은 2G다.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는 공중에서 9G의 하중을 견뎌야 한다. 전투기 조종사는 급선회한다거나 수평과 상하 수직 방향으로 급격하게 움직이는 비행을 할 경우 중력의 11배인 11G까지 압력을 받는다. 조종사가 정신을 잃을 수 있는 순간이다. 중력에 의한 의식상실을 ‘지락’(G-LOC)이라고 한다. 조종사에게 지락이 오면 전투기는 추락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조종사들은 G 슈트를 입는다. 모든 복장을 갖추니, 마치 온몸에 맞춤형 양복 몇벌을 껴입은 듯한 느낌이었다. 안전고리를 양다리에 고정하고 나니 몸의 움직임도 어색했다.


항공 장비실에서 전투기조종복, 좌석과 조종사의 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하네스, 생환조끼, G슈트(Anti-G suit)를 모두 착용했다. (사진제공=공군)

항공 장비실에서 전투기조종복, 좌석과 조종사의 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하네스, 생환조끼, G슈트(Anti-G suit)를 모두 착용했다. (사진제공=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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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50, 전시 땐 공격용으로 바로 투입

활주로 격납고(이글루) 안 TA-50의 외형은 경공격기인 FA-50과 똑같았다. 전시상황에도 사용할 수 있는 훈련기이기 때문이다. 전투기 조종사는 점검 목록을 보며 외형을 살폈다. 밝은 대낮인데도 전등을 비추며 살폈다. 고도와 속도를 감지하는 센서는 물론 엔진 공기흡입구에 이물질은 없는지 점검했다. 점검 항목만 60여개. 후방석에 올라탔다. 오른쪽 위 모니터에는 엔진의 상태를 나타내는 계기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아래 손바닥만 한 화면에는 후방석에서 보이지 않는 전방이 카메라로 전송됐다. 군 관계자의 도움으로 안전벨트를 매기 시작했다. 양발은 물론 허리 어깨까지 고정했다. 꼼짝할 수 없었다. 헬멧을 쓰고 산소마스크를 쓰자 호흡을 할 수 없었다. 헬멧 안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영어와 섞여 혼란스러웠다. 조종사는 “엔진 시동을 걸면 산소가 공급된다”며 “잠시 참으라”고 말했다. 엔진 시동을 거니 호흡은 편안했다. 다만, 과하게 긴장한 탓에 심장이 터질듯했다.

전투기는 엔진시동이 걸려야 마스크안에 산소가 공급됐다. (사진제공=공군)

전투기는 엔진시동이 걸려야 마스크안에 산소가 공급됐다. (사진제공=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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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굉음 내자마자 200㎞ 질주

헤드셋에는 “그라운드 택시(Ground Taxi)”라는 단어가 들렸다. 지상관제기구에서 게이트로 이동해 지상활주를 하라는 의미다. 훈련기는 자연스럽게 이글루를 빠져나와 활주로로 이동했다. 좌측에는 T-50 고등훈련기 여러 대도 눈에 들어왔다. 한눈을 파는 새 훈련기는 활주로에 도착했다. 입이 바싹 마르기 시작했다. TA-50은 마치 먹잇감을 눈앞에 둔 야생동물처럼 전력 질주를 할 태세를 갖췄다. 엔진은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조종사가 관제탑과 송수신을 확인하고 기자에게 "준비됐냐"는 짧은 인사와 함께 훈련기는 활주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몸은 좌석에 달라붙었다. 피는 뒤쪽으로 쏠렸다. 단 5초도 되지 않아 활주로 절반을 넘어섰다. 최대속도 시속 200㎞. 속도를 줄이자 활주로 끝을 향했다. 순식간이었다. 활주로 끝에서 조종을 맡은 최선영 소령은 “수고했다”라며 말을 건넸다.


최 소령은 “비행단에 교관을 맡고 있는데 후배들에게 최신 항공기로 가르칠 수 있어서 뿌듯하다”며 “보다 좋은 조종기술로 훌륭한 전투 조종사들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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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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