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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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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육상 포유류 가운데 가장 큰 키를 자랑하는 기린(giraffe)은 동물원에서 인기가 아주 많다. 늘씬한 몸매와 긴 목을 가진 이색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여기서 설명하는 기린은 동물원이나 아프리카에 사는 실제 동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바로 상상 속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환상의 동물 '기린(麒麟)'이다. 2010년대 초반, 학계에서는 이 기린과 관련해 큰 논쟁이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주 천마총(天馬塚)에서 출토된 동물 문양이 말이 아니라 기린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얼마 뒤 이 문양이 그려진 곳이 말의 안장 장식이고, 생김새 또한 말의 형상에 가깝다는 주장으로 천마로 일단락되기는 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물이 바로 이 기린이라고 할 수 있다. 글자 수 1054자.
[하루천자]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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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때부터 등장한다.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정리한 유교 경전 <예기(禮記)>에는 용과 봉황, 기린, 거북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 네 마리 짐승을 신령스러운 동물이라는 뜻의 '사령(四靈)'이라 칭한다. 용, 봉황, 기린, 거북으로 구성된 사령은 세상의 모든 동물을 대표하는 동시에 동양의 유토피아인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유교의 진수다. <맹자(孟子)>와 <사기(史記)>,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는 "기린은 360종의 모든 털 달린 동물들의 우두머리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광아(廣雅)>와 <시경(詩經)>에는 "발이 있는 것은 무릇 차고 밟기 마련인데 유독 기린만 그러지 아니한다. 기린은 인(仁)을 품고 있어서 산 벌레는 밟지 않고 돋아나는 풀을 꺾지 않는다. 이에 임금이 행동거지를 법도에 맞게 처신하면 기린이 나타난다"고 하여, 기린을 바른 황제가 나라를 다스릴 때 출현하는 영물이자 인덕의 상징으로 여겼다.


이처럼 동양에서는 성인군자를 항상 기린에 비유했다. 그리고 똑똑한 아이나 젊은이를 '기린아(麒麟兒)'라고 칭하곤 했다. 이는 우리 속담 중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장래성이 엿보이는 새싹을 기린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중략)

오색영롱한 빛을 발한다는 기린의 기본적인 외형은 사슴이나 말, 소 등 일반 초식동물과 비슷하지만 이마에 커다란 뿔이 하나 있는 것이 독특한 특징이다. 이 뿔 때문에 기린은 '일각수(一角獸)', 혹은 '동양의 유니콘(Unicorn)'이라고도 불린다. 뿔은 기린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문화 속 기린 역시 뿔이 달렸다. 하지만 나머지 모습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기린은 앞서 말한 사슴과 말, 소 외에도 여러 모습을 취한다. 이는 기린이 실존하지 않는 상상 속 동물이기에 당시 사람들의 상상력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에 표현된 기린은 날개가 달린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날개란 뿔, 화염 갈기와 함께 신령함을 부여하는 가장 대표적 상징이다. 고대인들은 하늘을 동경했고, 이에 날개 달린 동물을 무덤이나 각종 기물에 표현했다.

-김용덕,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 담앤북스,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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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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