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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른 집 살 기회 빼앗았다" 문자 한통으로 사라진 내집[초동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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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전청약제도

"정부가 다른 집 살 기회 빼앗았다" 문자 한통으로 사라진 내집[초동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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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청약 기회 다 포기하고 열심히 저축하며 기다렸는데…."

"이제 집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정부가 오히려 (다른) 집 살 기회마저 빼앗은 거죠."


경기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에 공급될 예정이던 사전청약 아파트 사업이 전격 취소됐다. 민간 시행사는 공사비 상승으로 시공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지난달 말 사전청약에 당첨된 400여가구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사업 취소를 통보했다고 한다. 이 단지는 2022년 6월 사전청약 당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운정역에서 200m 떨어진 초역세권 단지라는 점이 주목을 받아 경쟁률이 높았던 곳이다. 이보다 앞서 올해 1월엔 인천 서구 가정2지구에서도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 200여가구가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문제는 이들 민간 사전청약의 경우 사업이 취소되거나 변경돼도 당첨자를 보호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점. 당첨을 무효화하고 청약통장을 되살려주는 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그 사이 당첨자 가운데 청약통장을 해지했거나 소득 기준이 높아지거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적용 기간을 넘긴 경우 등은 다른 일반 아파트 청약 시 받을 수 있던 혜택을 모두 날린 셈이다.


사전청약 후 본청약이 길게는 2~3년씩 연기된 사업장도 당첨자들의 애를 태운다. 우여곡절 끝에 본계약이 임박했지만 잇단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대폭 오른 경우도 있다. 최근 본청약 공고가 난 경기 성남 금토지구 A-3 블록은 2년 전 사전청약 때보다 분양가가 7000만원이나 올랐다. 인근 신축 아파트보다 더 비싼 가격이라 사전청약을 넣은 의미도, 수분양자들의 이점도 사라졌다.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는 2021년 7월 사전청약제도를 재시행한 지 3년만인 올해 5월 이 제도를 폐지했다. 애당초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결국 공식적으로 포기한 정책은 그대로 고꾸라지기 마련이다. 사전청약을 마친 단지들의 사업 진행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현재 공공 사전청약이 진행된 물량은 전국적으로 5만2000가구에 달하는데, 본청약까지 넘어간 곳은 5%에 불과하다. 민간이 시행한 사전청약 45개 단지도 절반가량은 본청약 일정을 맞추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오는 9월 본청약을 앞둔 남양주·하남 등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들도 사업 취소나 연기 통보를 받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는 보이는 것 이상이다.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그간 다른 청약이나 주택 매수를 포기했고 그동안 새 아파트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내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는 기대감은 물론 마냥 기다리다 놓쳐버린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박탈감은 더 커진다. 당첨 자격을 지키려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입주 때까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중간에 포기할지언정 앞서 약속한 사업들에 대해선 정부가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사전청약 제도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 등의 무책임한 변명은 시장의 혼란과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다. 당초 목표했던 '빚 내서 집 사겠다'는 수요를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이제라도 집 사야 한다'라고 부추기는 꼴이 됐다. 정부가 기약 없는 '희망고문'만 준다고 한숨을 쉬던 사전청약 당첨자들. 이제 사업 취소마저 당한 이들은 "사전청약은 대국민 사기극이었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조인경 산업부문 콘텐츠매니저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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