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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세계 경제, '탈세계화' 아닌 '다극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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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지정학 따른 무역 재편
EU·中 전기차 갈등, 해결책 모색 전망
새로운 다극화 경제가 번영 가져올 것

데이비드 차오 인베스코 글로벌마켓 전략가 [사진제공=SCMP]

데이비드 차오 인베스코 글로벌마켓 전략가 [사진제공=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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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화에 대한 위협은 도처에 있는 듯하다. 가장 최근에 시선을 끈 분쟁은 빠르게 부상하는 전기자동차 시장이다. 진보한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는 관세와 반덤핑 조사 표적이 됐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에서 관세 인상이 시행되면 이들 시장의 소비자는 경쟁 제품(중국산 전기차)을 구매할 수 없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EU 협상단은 중국과 협의해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일본과의 경쟁에서 미국 자동차 회사를 보호하려는 유사한 노력은 결국 일본 자동차 제조사가 미국 내에서 생산을 현지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혁신적인 제품은 규제 환경과 상관없이 고객에게 다가가는 경향이 있다.


세계가 고립주의와 자급자족, 경제적 탈동조화로 각 국가가 경쟁적인 경제 블록으로 분리되는 새로운 ‘탈세계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봐야 할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가 ‘재세계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이 있다. 통합된 시스템이 다극적 세계 경제로 재편되는 것이다.


무역과 투자 패턴은 지리적 요인(주로 기후 변화 고려 사항과 공급망 복원력)과 지정학적 요인(국가 안보 및 이념적 고려 사항)을 토대로 재조정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이러한 추세는 니어쇼어링(인근 국가로 생산기지 이전)과 프렌드쇼어링(우호국 중심 공급망 개편)에 대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 사슬을 제거하기보다 재구성할 것이다.

미국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사와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자 무역은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달라진 점은 중국이 더는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타이틀은 지난해 멕시코에 돌아갔다.


멕시코는 오랫동안 미국 경제에 긴밀하게 통합돼왔다. 특히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이후,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이를 대체하면서 더욱 그렇다.


이는 1990년대 초반 공산주의 붕괴 이후 EU에 급격하게 편입된 중·동유럽 경제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옛소련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 연달아 EU에 가입하면서 서유럽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1인당 소득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통합된 유럽과 중국의 무역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자. EU와 중국 간 양자 무역 데이터는 사상 최고치에서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또한 EU와 중국 간 무역이 정상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정치적 잡음이 들려오지만 성장 추세가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관세는 중국산 전기차의 수출을 지속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필요치보다 훨씬 낮다. 이는 경쟁 압력과 소비자의 선택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게다가 협상을 통해 중국 기업이 생산시설을 유럽으로 이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유럽과 중국의 경제를 더욱 가깝게 만들 것이다.


글로벌 무역이 상품에서 서비스, 아이디어, 기술, 데이터와 같은 고부가가치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상품 외의 경제적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USMCA는 서비스 무역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한 무역 규제에 중점을 뒀다.


서비스 무역과 투자의 역할은 우리가 여전히 세계화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다만 이전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인도의 서비스 수출은 지난해 약 11% 성장해 3400억달러(약 472조2940억원)를 넘었다. 반면 중국의 서비스 수출은 약 10% 감소했다.


자유무역협정이 서비스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해야 한다. 국내의 정치적 압력, 경제적 회복력, 기후 변화, 국가 안보 등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충동은 일반적으로 서비스보다는 상품에 집중돼있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에 직면한 녹색 전환 추진력과 시급성 또한 재세계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전개는 리튬, 니켈, 구리와 원자력에서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같은 중요한 물질에 달려있다.


이러한 상품의 대다수는 신흥 시장, 심지어 프런티어 마켓(신흥 시장보다 규모가 작고 덜 개발된 국가)에 대량으로 매장돼있다. 이들 시장은 서방 시장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 강국으로도 수출하려 할 것이 확실하다.


이 같은 새로운 글로벌 상품의 무역 역학은 가까운 미래에 강력한 프렌드쇼어링 및 니어쇼어링 추세에 영향을 받는다.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을 기민하게 탐색할 수 있는 신흥 시장을 위한 도전 과제이자 기회다.


세계가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워싱턴 컨센서스 세계화 시대를 지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도로 연결돼있으면서도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화 경제는 여전히 경제 전반에 걸쳐 성장과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다.


데이비드 차오 인베스코 글로벌마켓 전략가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Globalisation isn’t going away. It’s getting a multipolar makeover’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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