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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1건 방어에 54억원… 현지 사정 밝은 전문가 확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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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집중 노리는 NPE
당장 피소 막을 방안은 없어
산·학 협력해 특허 품질 높이고
정공법으로 어설픈 공격 막아야

삼성·LG·현대차 등 한국 주요 수출기업들이 미국 연방 텍사스지방법원 등에서 NPE(Non Practicing Entity, 특허관리전문기업)로부터 수백 건의 특허침해소송에 피소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 산업계의 특허 품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 NPE들이 저품질 특허로 침해 주장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기업 내부에 특허소송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늘려 소송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법률신문이 렉시스넥시스의 ‘코트링크(CourtLink)’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는 미 연방 텍사스 동부·서부지법에서 특허침해소송 110여 건이 피소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은 1997년 텍사스 법원에서 처음 피소된 후 780건이 넘는 특허소송을 당했다.

[이미지출처=법률신문]

[이미지출처=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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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특허소송 1건당 수십억 원 이상의 소송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지적재산권법협회(AIPLA) 통계에 따르면 2500만 달러(약 347억 원) 이상의 리스크(NPE가 요구하는 금액)를 가진 특허 1건에 대한 소송 방어 비용의 중앙값은 387만5000달러(약 54억 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피소를 원천봉쇄할 방안은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이 뛰어나고 매출 규모가 큰데다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영업지점을 늘릴 수밖에 없어 NPE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형두(60·사법연수원 18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결국 우리 기업의 기술력이 세계적이라는 방증”이라며 “기술력이 없거나 미국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소송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탁 특허법인 광장리앤고 변리사는 “NPE들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거는 이유는 ‘비즈니스’가 되기 때문”이라며 “소송에서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한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대기업들도 NPE의 표적이 된다”고 설명했다.

NPE의 무차별적 피소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특허 품질 향상을 위한 산업계와 학계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NPE는 여러 기업 등으로부터 확보한 특허권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지는 않고 소송과 라이선싱 등으로 수익을 추구한다.


이들은 대학 연구실 등에서도 특허권을 대량으로 사들이거나, 공장식으로 양산된 저품질 특허를 싼값에 사들여 관련 특허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에 전방위적으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뒤 로열티 협상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NPE가 이런 방식으로 쉽게 소송을 걸지 못하게 하려면 한국 산업계의 전반적인 기술 특허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기업들이 내부의 특허소송 전문가 풀(pool)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피소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사전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안 변리사는 “기업들이 특허소송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미국 소송을 직접 경험해 본 전문가를 많이 갖추는 게 필수적”이라며 “기업체 내에서 특허전문가에 대한 연수 기회를 늘리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미국 특허소송 경험자를 확보하고 미 로펌과 소송 업무를 협업할 수 있는 내부 전문가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승재(53·29기)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도둑이 모든 부잣집을 터는 건 아니다. 보안을 철저하게 하는 부잣집은 도둑이 들지 않는다”며 “한국 기업들이 NPE의 공격에 대비할 충분한 내부 전문가를 확보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NPE들의 특허소송에 반소(反訴)를 내거나 특허무효심판을 내는 등 ‘정공법’ 대응을 하는 사례들도 나타난다. 텍사스 동부지법에서 국내 기반 NPE 팬택 코퍼레이션과 특허소송 중인 LG전자가 지난해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팬택의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시큐어 와이파이(Secure Wi-Fi)와의 특허침해소송에서 이 회사를 상대로 반소를 제기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런 추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의 한 특허관리 담당자는 “한국 기업들이 피소됐을 때 분쟁을 빠르게 해결하려고 합의를 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면 아래에서는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서 가격을 깎고 끝까지 다툴 수 있을 때까지 다툰 뒤에야 합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소송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NPE들이 한국 기업에 어설프게 덤볐다가는 그들의 특허가 무사하지 않을 거란 인식을 분명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윤지, 이순규, 안현, 이진영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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