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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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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만큼 자유로운 영혼이 또 있을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동경의 대상인데, 하물며 과거 조상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를 얼마나 부러워했을지 짐작이 간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새라면 먼저 '봉황(鳳凰)'이 떠오를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새이지만, 워낙 긴 시간 동안 우리 곁에서 함께 했기에 매우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조선 왕실에서는 아름다운 모습의 봉황을 '황후(皇后)'와 '대왕대비(大王大妃)' 등 왕실 여인들의 상징으로 삼기도 했다. 글자 수 1108자.
[하루천자]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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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鳳凰)은 전국시대에 처음으로 기록에 등장했지만 현재와 같은 이미지는 한대에 이르러 정립되었다. 고대문명에 등장했던 무수히 많은 상서로운 새들이 한대에 이르러 '봉황'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봉황의 도상에 관한 규범들이 하나씩 추가된다. 후한대의 학자 허신이 편찬한 <설문해자>에는 봉황이 지닌 열 가지 신체적 특징이 기록되어 있는데, 원앙과 제비, 황새 같은 조류 이외에 뱀의 목, 용의 비늘, 거북의 등껍질 등 다양한 동물들의 신체가 결합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기록으로 보듯 다양한 동물들의 신체 부위가 봉황을 구성하는 것은 단순히 겉치레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봉황에게 세상 모든 동물들의 이상적인 부분을 결합시켜 상서로운 성격을 부각하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산해경>에는 "봉황의 머리 무늬는 덕(德)을, 날개 문양은 예(禮)를 상징하며, 등의 무늬는 의(義), 가슴 무늬는 인(仁), 배의 무늬는 신(信)을 나타내는 것이다"라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봉황은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결합하여 탄생된 일명 '하이브리드(Hybrid) 생명체'다. 머리는 사자, 몸통은 양, 꼬리는 뱀의 모양을 하고 불을 내뿜는 그리스신화의 키메라나 사자의 몸통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지닌 그리핀처럼 말이다.


하지만 본질이라는 것은 결국 바뀌지 않는 법, 앞서 살펴보았듯 봉황은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의 이미지에서 출발했다. 한대의 화상석과 고분벽화 등에 보이는 초기 봉황은 <설문해자>에서 설명하는 모습을 충실히 반영했지만, 이후 봉황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의 모습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오색으로 빛나는 원앙과 꿩의 몸통에 벼슬이 달린 닭의 머리, 화려하게 펼쳐진 공작의 꼬리 깃털 같은 요소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봉황은 깃털 달린 날짐승의 우두머리이자 성인의 등장을 알리는 신비로운 서수로 유교 문헌에 등장한다. 이러한 관념은 오늘날까지 계승되어 봉황의 면 보자기를 엿모를 엿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수장인 대통령의 상징 문장과 국새(國璽) 또한 두 마리 봉황이기 때문이다. 봉황이 대통령의 상징이 된 것은 올바른 국정 수행으로 성스러운 봉황이 도래하게 하려는 숨은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김용덕,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 담앤북스,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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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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