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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계]알츠하이머 신약개발, 그 끝없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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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계]알츠하이머 신약개발, 그 끝없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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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한다. 더구나 ‘알츠하이머’ 계열 치매는 효과 좋은 치료제도 없는 실정이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베타아밀로이드(Aβ)’라는 독성 물질이 뇌에 쌓이기 때문인데,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 계열 약은 베타아밀로이드와는 관계가 없다. 대신 ‘아세틸콜린’이라 불리는 신경전달 물질을 관리해 인지능력을 개선한다. 완치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병의 진행도 근본적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런데 2021년부터 치매 치료제 개발이 새 전기를 맞았다.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을 막는 약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바이오젠과 일본의 에자이가 공동개발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일단 시판하면서 효능과 안전성을 추가로 확인하라’며 이 약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그런데 막상 효과가 그리 좋지 못했고, 판매도 부진했다. 결국 아두헬름의 임상 및 판매는 올해 1월 말로 완전히 중단됐다.

비록 실패했지만 아두헬름이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의 물꼬를 튼 것은 사실이다. 바이오젠-에자이 연합은 아두헬름의 뒤를 이어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개발했는데, 이 약도 베타아밀로이드의 뇌 속 응집을 막는다. 지난해 7월 정식 승인을 받아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만 1900만달러(약 262억원)를 넘어섰다. 이 약은 국내에서도 지난 5월24일 승인받았다. 연말 즈음엔 병원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신약도 등장했다.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신약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가 지난 2일(현지시간)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 약은 베타아밀로이드의 응집을 막을 뿐 아니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즉 지금까지와 달리 환자의 회복을 일부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다만 파괴된 뇌세포의 복구까지는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중증 이상 환자의 증세가 극적으로 회복되길 바라긴 이른 것으로 보인다.


키썬라는 일정 기간 복용해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가 모두 제거되면 약을 끊을 수도 있다. 환자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치료비 부담도 덜 수 있다. 이런 신약은 투약비가 연간 수천만원에 달한다. 제조사에 따르면 18개월 이내에 임상시험 참가자의 69%가 투약을 중단할 수 있었다.

앞으로 키썬라를 뛰어넘는 약이 나올 수 있을까. 의외로 한국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다. 국내 신약 기업 아리바이오는 치매약 ‘AR1001(개발코드명)’을 개발 중인데, 인간의 뇌 속에서 상당히 다양한 작용을 한다. 혈류를 증가시키고, 염증 물질을 줄인다.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해 뇌 조직 손상을 막아주고, 뇌 신호 전달체계를 활성화하며, 신경이 새롭게 연결되면서 재구성되는 과정도 돕는다. 파괴됐던 신경의 회복을 다소나마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타아밀로이드 제거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치매의 또 다른 원인 물질인 ‘타우 단백질’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전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약은 없었기 때문에 학계의 관심이 적지 않다.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AR1001의 임상이 성공적으로 끝나 판매가 시작된다고 해서 알츠하이머와 인간의 싸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더 효과 좋은 약의 등장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 도전도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 끝없는 싸움을 앞에 두고 다시금 떠오르는 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백신 개발 기업 화이자가 내 걸었던 표어다. ‘과학이 이긴다(Science will win)’.


전승민 과학기술 전문 저술가·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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