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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의 함정]"보증 꼭 서야해?" 반도체 지원 두고 日 정부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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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 vs 재무성 미묘한 갈등
라피더스 대출에 필요한 '정부보증' 놓고 충돌
정부의 반도체 부활 주도에는 한목소리

반도체 산업 부활을 노리는 일본 정부가 대규모 반도체 지원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미묘한 갈등과 눈치 싸움으로 애를 먹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한국, 대만, 유럽 등 주요국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와 지원책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일본 반도체 정책을 주도하는 경제산업성과 예산을 담당하는 재무성이 지원 규모와 방식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인 것이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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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지난 5월 자국의 신생 반도체 업체인 라피더스가 자금 조달을 뒷받침하기 위한 융자를 받을 때 정부가 보증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22년 라피더스 설립 초기 700억엔(약 6000억원) 규모의 개발비를 지원했고 이후 최첨단 반도체 국산화 등을 이유로 라피더스에만 총 9200억엔의 자금을 지원키로 한 상태였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표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반도체 양산에만 총 5조엔이 투입되는데 8개 기업이 내놓는 출자금은 73억엔에 불과했다. 미국 IBM의 기술 공여를 받아 2027년 최첨단 반도체인 2㎚(㎚·1나노=10억분의 1m) 생산을 꿈꾸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었다.

지난 5월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이 라피더스 공장 건설 현장에 직접 방문해 "향후 일본 경제를 좌우할 정도로 큰 의미가 있다"고 발언할 정도로 경산성은 라피더스의 설립부터 생산시설 건설까지 곳곳에 자금줄을 대며 반도체 산업 회복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재무성이 경산성의 이러한 지원을 막아섰다.


이미 정부 지원금으로 9200억엔의 자금을 지원키로 한 상황에서 융자 시 정부 보증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었다. 재정 관련 심의회에서는 미국이나 독일 등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반도체 산업 지원 규모가 일본이 과도하게 큰 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재무성에서는 "융자가 회수 불능 상태가 됐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경산성에서는 "미국은 지원금뿐만 아니라 세액 공제까지 충실하게 제공한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아직 관련한 일본 정부 발표나 보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러한 논쟁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는 "전통의 라이벌인 경산성과 재무성이 결판을 내지 못하고 연장전을 치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산성과 재무성의 반도체 지원을 둘러싼 갈등은 다른 곳에서도 벌어졌다고 한다. 지난달 일본 정부의 재정 운영이나 예산 편성의 기준이 되는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다. 초안에는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경산성이 원하는 '국내 생산 거점의 정비나 인재 육성'이라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최종안에는 '인재 육성' 내용이 빠져 재무성이 원하는 대로 조정됐다. 또 재무성이 원했던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면서 지원', '지원 방식 다양화를 검토' 등이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처럼 경산성과 재무성이 갈등을 벌여도 반도체 산업 부활이라는 정부의 목표에 맞춰 재무성이 지원금 이외 법 정비 등에는 반대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기본방침 내에 경산성이 원하는 '차세대 반도체 양산 등을 위해 필요한 법제상의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유지됐고,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산업 정책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반도체 지원책을 놓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고바야시 케이이치로 게이오대 교수는 "과거 산업 정책으로 거액을 지원하는 일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등 공공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지원이 늘고 있다"며 "정부 보증이 리스크가 있으나 제도를 갖춘다면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키우치 타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금융IT이노베이션사업본부 이그제큐티브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업체가) 안이하게 정부 보증에 의지한다면 반드시 사업에 성공하게끔 만들겠다는 의욕이 떨어져 실패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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