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정자 '포항 용계정·분옥정' 보물 된다

용계정, 기계천 등 경관 조망하는 누마루 있어
분옥정, 산천과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 자랑

경북 포항에 있는 용계정(龍溪亭)과 분옥정(噴玉亭)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고 5일 전했다.

포항 용계정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조선 후기 건축물들이다. 각각 1696년과 1820년에 건립됐다.

용계정은 정면 다섯 칸, 측면 두 칸의 'ㅡ'자형 팔작지붕 정자다. 2층에 인근 기계천 등 경관을 조망하는 누마루가 있다. 창건 당시에는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이었다. 여강이씨 후손의 수양 공간으로 활용됐다.

증축은 1778년에 이뤄졌다. 이듬해 뒤편에 지어진 서원 사당(세덕사)의 문루(아래에 출입문을 내고 위에 누를 지은 건물) 역할이 부여됐다. 이를 기념하는 새 현판(연연루)도 달렸다. 그러나 1871년 다시 옛 현판으로 교체됐다. 서원 철폐령으로 화를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강이씨 후손은 훼철을 막고자 주변에 담장까지 쌓았다.

용계정이 있는 덕동마을은 여강이씨 향단파의 집성촌이다. 문중과 관련한 문화유산이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특히 수구막이(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멀리 돌아 하류가 보이지 않는 형태로 땅을 조성)로 조성된 덕동 숲은 용계정과 함께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국가지정자연유산 명승(포항 용계정과 덕동 숲)으로 지정됐다.

포항 분옥정

분옥정도 주변 산천과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정면에 노거수가 우거진 용계천 계곡이 있다. 이름대로 구슬을 뿜어내는 듯하다. 내부에는 이를 강조하는 '청류헌(聽流軒·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 '용계정사(龍溪精舍·물이 흐르는 형상이 용과 같음)' 같은 현판이 걸렸다.

건물 형태는 정면 세 칸의 누마루와 그 뒷면에 두 칸의 온돌방을 이어 배치한 '丁'자다. '丁'자형 정자는 일반적으로 윗부분(ㅡ)에 생활공간인 방을 배치하고 아랫부분에 큰 마루를 둔다. 분옥정은 정면의 계곡을 잘 조망할 수 있게 윗부분에 누마루, 아랫부분에 온돌방을 배치했다.

지붕은 온돌방이 팔작지붕, 누마루가 맞배지붕이다. 각 지붕의 용마루와 처마의 높이는 같게 맞춰졌다. 국가유산청 측은 "분옥정의 뛰어난 경관 가치를 뒷받침하는 요소"라며 "다른 정자에서 보기 드문 세련된 건축적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