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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바이든 사퇴 논란과 한국의 탄핵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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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위기에 움직이는 미국
검증 못하고 탄핵에 기대는 한국

[시론]바이든 사퇴 논란과 한국의 탄핵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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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직 사퇴를 압박받고 있는데 만약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중대 결함이 발견된 후보의 거취 문제를 미국 정치가 어떻게 다루는지 관찰함으로써 우리가 얻을 교훈이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선거는 끝나봐야 알지만 차기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불거진 TV 토론 이후 그에 대한 사퇴 압박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강해진 게 그런 징후 중 하나다. ABC뉴스·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62%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지지했다. 14%만이 바이든 대통령이 ‘정신적으로 명료하다’라고 답했다.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결할 경우 49% 대 46%로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는 과정을 바이든 대통령 자신, 소속당인 민주당, 미국 국민은 무기력하게 지켜만 볼 것인가 아니면 후보 교체의 유일한 방법인 자진 사퇴를 통해 회색코뿔소 같은 위기를 적극적으로 회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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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본질적으로 동일한 상황은 드물지 않게 있었다. 선거운동 과정 속 후보들의 발언이나 태도를 목격하고는 “저런 인식 수준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의 언어가 맞나” 등 중대 결함을 확인했던 기억은 쉽게 떠오른다. 우리가 과거 대통령 후보들의 ‘심각한 토론 실력’이나 ‘황당한 지적 수준’에서 느낀 충격은 지금 미국 시민이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나 건강 상태에서 갖는 불안감보다 절대 약하다고 할 수 없다.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불안한 예감도 대부분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선거 과정에서 후보 교체 같은 말을 꺼내는 데 조심스러웠거나 아예 상상하지 않았다. 상대편이 ‘자질 부족’을 공격하면 더 똘똘 뭉쳐 우리 후보를 옹호하는 게 일반적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그렇게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정반대 태도를 취하곤 한다. 걸핏하면 탄핵 운운하는 야당이나,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찍는다 싶으면 그런 여론에 슬며시 올라타는 여당도 마찬가지다.


유권자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탄핵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 책임을 오로지 대통령의 무능이나 잘못에만 물을 수 없다. 심지어 그가 선거 과정에서 충분한 단서를 제공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했던 우리 정치 문화에 대한 절실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민주당을 지지하던 유력 언론들마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한다. 거대한 쓰나미가 곧 자신들을 덮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탈출은 당연한 판단이라는 여론이 미국 시민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뼈저리게 되새기지만 우리에게도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될 사람을 솎아낼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탄핵을 향한 용맹함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의 현명함이다. 다시는 탄핵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지는 불행한 국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바이든 사퇴 논란을 다루는 미국 정치로부터 우리는 유용한 교훈을 찾아내야 한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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